상장사들의 지주회사(Holding Company) 선언이 줄을 잇고 있다.
지주회사란 쉽게 말해 다른 기업(자회사)들의 주인 노릇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계열사들의 주식을 가지고, 계열사들을 지휘하는 그룹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지주회사가 되려면 자본 구조가 우량해야 하기 때문에, 지주회사가 되려는 회사 역시 우량주로 분류돼야 한다. 게다가 지주사 전환이 증시의 테마로 떠오르면서 관련 종목들이 올해 같은 조정장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지주사 전환 후에는 거꾸로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으니 옥석을 잘 가려야 한다.
◆지주사 전환 가시화= 올해는 '지주회사 전환의 초석을 마련하는 해'로 기록될 예정이다. 현재 국회에는 지주회사 요건 완화 방침을 담은 정부 개정안이 계류 중인데, 지주회사 부채비율 조건을 100%에서 200%로 완화하고,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율 확보 요건도 낮췄다. 이러자 많은 그룹들이 정부 방침에 발맞춰 지주사 전환을 가시화하고 있다.
가장 빨리 움직이고 있는 것은 금호아시아나 그룹이다. 대우건설 인수로 몸집이 커진 금호산업은 작년 말 기준으로 자회사 주식가액의 약 67%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법적인 지주회사로 전환됐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회사의 주식가액 비중이 자산총액의 50%가 넘으면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4개월 이내에 지주회사 신고를 마쳐야 한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4월 중 신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2009년 초까지 지주회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일단 부채비율이 낮은 지주사 요건을 맞추기 위해 사내 식품사업 파트인 종가집 김치를 매각했고, 버거킹과 KTF를 독립법인화했다. 그 결과 2003년 362%까지 올라갔던 부채비율은 작년 말 294%로 낮아졌다.
이 밖에 지주사로 전환을 선언했거나 전환 가능성이 있는 기업으로는 동양메이저, 코오롱, SK, 한화, 한솔제지, 대한항공 등이 있다.
◆지주사로 전환 시의 득(得) = 전문가들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보통,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확보되고 재무구조가 더욱 안정적으로 변해 기업 가치가 상승한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두산과 코오롱, SK 주가가 연초 이후 12~20%가량 뛰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를 보였다. 대한항공, 웅진코웨이, 한솔제지 등도 3~7%가량씩 상승했다.
다만 금호산업과 CJ㈜의 주가가 각각 20%, 10% 넘게 떨어졌다. 금호산업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장기차입금 증가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탓이고 CJ는 식품업계 업황이 좋지 않은 데 따른 것이었다.
CJ투자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지금까지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원인 중 하나가 순환출자 같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였는데, 지주사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면 지배구조의 안정과 함께 대체로 기업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한다.
재벌로 불리는 일부 대기업의 경우 A사→B사→C사→A사 형태로 돌아가며 순환 출자를 하는데, 이럴 경우 한 계열사의 실적이 나쁘면 다른 계열사에 악영향을 준다. 하지만 지주회사가 되면 지주회사→자회사로 지분구조가 명료해지며, 자회사들은 같은 지주회사 우산 아래 있는 다른 자회사에 대한 출자 부담 없이 자신의 고유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그동안 수익성이 낮았던 사업을 정리하고 유망한 사업을 발굴해 사들이게 되며 지주회사가 자회사가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를 낸다.
◆지주사로 전환 시의 실(失) = 하지만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꼭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주회사를 세워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확보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또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 영역을 분할하다 보면 경쟁력 강화에 오히려 실패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게임업체인 네오위즈가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거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출의 90% 이상이 게임사업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굳이 기업을 4개로 분할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게임사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에 지주사로 전환한 평화홀딩스는 전환 직후 주가가 35% 상당 떨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