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 3대 자동차 회사였던 기아차와 대우차는 나란히 주인이 바뀌었다. 기아차는 1998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됐고, 2000년 대우사태로 부도가 난 대우차는 2년 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넘어갔다.그로부터 9년과 7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두 회사는 서로 엇갈린 길을 걷고 있다. 대우차는 안정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GM의 소형차 및 경차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 반면 기아차는 환율 급등과 만성적인 노사 분규 속에 지난해 8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토요일 밤도 불 켜진 GM대우 부평공장=지난 3일 밤 인천 부평에 있는 GM대우 2공장. 토요일 밤인데도 토스카와 윈스톰을 만드는 라인은 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라인 중간 벽보에는 '손 끝으로! 절도감 있게! 재발 방지!'라고 적힌 분임조 활동 계획이 붙어 있었다. 조립이 끝난 제품의 결함을 제대로 검사하자는 구호였다.
이 공장 근로자들은 미국 GM에 대우차가 인수된 직후인 2003년부터 5년째 한 달에 2~3주는 주말 특근을 하고 있다. 생산대수가 매년 27~53%씩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41만대였던 생산대수는 지난해 150만대로 올라섰다. 2공장에서 근무하는 권모(47)씨는 "80년대 르망이 불티나게 팔려 특근을 밥 먹듯이 할 때와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경영 실적도 크게 호전되고 있다. 2005년 640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는 1000억원대 안팎의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GM대우의 경영이 정상 궤도로 올라선 것은 GM의 글로벌 생산기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안정적인 노사관계, 높은 생산성으로 품질이 안정되면서 내수시장의 신뢰도 회복되고 있다. GM대우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2004년 9.5%에서 지난해에는 11%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GM대우는 2004년과 지난해 지방공장에서 소규모 부분파업이 벌어진 것을 제외하면 큰 분규는 없었다. 특히 2001년 가장 극렬한 분규가 있었던 부평공장은 5년째 무분규를 기록하고 있다. 당시 정리해고를 당했다 복직한 한 조합원은 "회사에서 나가 남동공단을 전전하면서 회사의 소중함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소형차 젠트라와 칼로스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의 승경남 상무는 "주문이 밀려 가능하면 피하는 토요 야근까지 계속되고 있다"며 "생산성 향상과 함께 불량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 적자나는 회사에 노사 분규만 늘어='1997년 부도사태 이후 전 조합원은 거리로, 교육으로 내몰리고 가까스로 현대차에 인수돼 오늘날에 이른 기아차… .허구한 날 상생(相生)이 아닌 상사(相死)의 소모전을 치러야 하는 건지. 2000만원대 수입차가 몰려오고 중국산 자동차가 판치는 내일 기아차가 설 수 있는 땅이 얼마나 될는지….' 작년 말 기아차의 한 조합원이 노조 홈페이지 조합원 게시판에 올린 글은 비장함마저 묻어나고 있다.
기아차는 현대차에 인수된 지난 98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로체·쎄라토 등 출시하는 신차마다 판매가 저조하고, 환율 탓에 수출도 내리막길을 걷고 잇다. 지난해는 98년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12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기아차의 적자 전환은 사실상 예고돼왔다. 2003년 8055억원의 흑자에서 4년 동안 줄곧 이익 규모가 큰 폭으로 감소해왔기 때문이다. 기아차 위기의 직접적 원인은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크게 오른 데 있다. 또 경유가격 상승 등으로 SUV(지프형 차량) 시장이 크게 축소돼 쏘렌토 등 주력 제품 판매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만성적인 노사 분규와 취약한 경영 능력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기아차는 지난 4년간 매년 노사 분규 일수(日數)가 늘고 있다. 2003년 6일이었던 분규 일수는 지난해 21일까지 늘었다. 노사분규에 따른 생산 차질액도 지난해 7300억원이나 됐다.
기아차의 위기가 현실화되면서 협력업체들도 울상이다. 한 협력업체의 차장급 간부는 "최근 몇 개월째 기아차의 부품 주문량이 그전에 비해 20%나 줄어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