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에 참새 한 마리가 날아온다. 곧 무시무시한 폭격이 시작된다. 방금 날아온 것은 살아있는 참새가 아니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초소형비행체(MAV·Micro Air Vehicle)'가 적진을 정탐해 정보를 보낸 것이다. 때론 파리처럼 날개를 퍼덕이고, 때론 헬리콥터처럼 날개를 회전하는 MAV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MAV는 길이, 날개 폭, 높이가 모두 15㎝ 이하인 비행체를 말한다. 미국은 이라크 전쟁에 투입한 '무인정찰기(UAV·Unmanned Aerial Vehicle)'가 적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크기를 10분의 1로 줄이면 아예 보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MAV의 기준은 그렇게 생겨났다.
◆파리에서 박쥐 날개까지 모방=MAV는 곤충처럼 날개를 퍼덕이는 '오니솝터(ornithopter)'형과 헬리콥터 같은 회전날개형, 그리고 일반 항공기와 같은 고정날개형이 있다. 고정날개형은 주로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얻는다. 여기에 감시카메라와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 무선 송신장치를 달면 적군이 모르게 정찰을 할 수 있다. 또한 대기 분석용 센서를 달고 환경 감시업무를 할 수도 있으며 화성을 탐사하는 우주로봇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군사적 가치에 주목해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도로 1997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420억~640억원 정도의 연구비를 MAV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가장 흥미로운 형태는 뭐니 뭐니 해도 새나 곤충의 날개를 흉내낸 생체모방형 MAV다. 파리는 1초에 날개를 250번 이상 움직이면서 자유자재로 비행한다. 쏜살같이 날아갔다가 공중에 정지하기도 하며 아무데도 쉽게 앉을 수 있다. 가장 작은 새인 벌새 역시 초당 50~70번 날개를 휘저어 공중에 정지한 채 꽃의 꿀을 먹을 수 있다. 박쥐도 신축성있는 피부를 날개처럼 휘저어 자유자재로 비행한다. 이 같은 능력을 비행체에 적용하면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며 원하는 곳에 앉거나 공중에 정지한 채 정탐을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생체 모방 MAV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타이 교수팀이 개발한 '마이크로배트(MicroBat)'다. 무게 10.6g에 불과한 이 비행체는 박쥐처럼 신축성 있는 날개를 갖고 8초간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또 버클리대의 딕슨 교수팀은 파리의 날개짓을 연구하기 위해 '로보플라이(Robofly)'라는 로봇 파리 날개를 개발했다. 조지아공대 미켈슨 교수팀이 DARPA와 미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인 '엔토몹터(Entomopter)'는 잠자리처럼 두 쌍의 날개를 휘저어 날면서 화성을 탐사한다는 계획이다.
◆벌새는 파리와 새의 중간형=국내에서는 생체모방형 MAV 개발을 위해 서울대 김종암 교수와 세종대 안존 교수, 항공대 장조원 교수팀 등이 새의 날개를 단순화시킨 모형으로 날개짓의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는 벌새의 날개를 MAV에 이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생체모방형 MAV를 개발하려면 일단 새나 박쥐, 곤충의 비행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우선 이들의 근육과 골격구조를 파악한 뒤 항공기 개발에 사용하는 바람 터널에서 날려보면서 실제 날개의 움직임을 분석한다. 크기가 작은 파리는 몸체를 고정시키고 날게 하면서 회전수 등을 조사한다.
그 결과 최근 미국 연구팀들은 새들은 날개를 아래로 내리쳐 하늘을 나는 데 필요한 뜨는 힘, 즉 양력(揚力)을 얻는 데 비해 곤충은 내리치는 것과 위로 치는 것이 절반씩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벌새는 그 중간 형태로 양력의 75%를 날개를 내리치는 데서 얻고, 나머지는 곤충처럼 위로 쳐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박쥐는 신축성 있는 피부를 활용해 다른 새나 곤충보다 더 큰 각도로 아래로 내리치며 위로 올릴 때는 아예 날개가 접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박쥐는 아래로 내려칠 때 날개와 수평으로 오는 공기의 흐름이 이루는 각도가 새나 곤충보다 커 양력을 쉽게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용화엔 회전날개·프로펠러가 앞서=그러나 생체모방형 MAV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동력효율이 회잔날개형이나 고정날개형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새는 날개에 수십개의 관절을 갖고 있어 효율적으로 날개짓을 할 수 있지만 로봇 날개는 그만한 정밀도를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날개를 아래위로 휘젓기 때문에 동체가 크게 흔들린다는 점도 문제다. 적진을 촬영하는데 동체가 흔들리면 제대로 된 영상을 얻기 힘들다. 다른 센서도 진동 상태에선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생체모방형의 가장 큰 장점인 공중 정지, 즉 호버링(hovering)도 헬리콥터형 회전날개로 충분히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MAV개발은 회전날개와 고정날개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MAV는 1999년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고정날개형 MAV이며 이듬해 당시 대한항공에 있던 안존 교수가 전기모터를 단 고정날개형 MAV를 발표했다. 지난해 건국대 윤광준 교수팀은 국제초소형비행체 경연대회에서 프로펠러를 단 MAV로 종합 3위를 한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이 시작된 MAV도 프로펠러를 단 고정날개형이다. 지난해 9월부터 세종대 안존 교수와 충남대 최종수 교수, KAIST 권오준 교수, 유콘시스템 공동연구팀이 국방과학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개발 중이다. 연구팀은 15㎝ 크기의 MAV를 만들어 기술적 한계를 시험할 예정이며, 다양한 탑재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1m 크기의 사용 MAV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2009년 9월 개발 완료될 한국형 MAV는 일반카메라와 함께 적외선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어 밤낮 구분없이 임무를 할 수 있다. 스스로 방향을 잡고 정찰 데이터를 신속히 전달하기 위해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와 자동항법장치, 무선 송신시스템도 갖춘다.
안 교수는 "요즘은 MAV에 비행체(vehicle)란 말 대신에 시스템(system)이란 말을 더 많이 사용한다"며 "이미 입증된 비행 자체보다는 탑재장비와 데이터 처리 능력이나 동력원에 연구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것이 동력원이다. MAV뿐 아니라 각종 군사장비의 동력원에서부터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활용도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디젤이나 가스터빈 엔진을 초소형으로 만든 형태도 있으며, 수소와 산소의 반응으로 전기를 얻는 연료전지도 연구되고 있다. 또 연료를 태워 발생하는 열로 전기를 발생시키는 열전(熱電) 발전기 형태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