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미진(가명·40)씨. 부부 모두 1만원 이상 지출은 꼭 신용카드를 쓴다. 하지만 정작 손님들이 신용카드를 내밀 때는 영 탐탁치 않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로 나가는 돈이 매달 10만원이 넘어요. 1만원짜리 한 장이 아쉬운 살림인데,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죠. 그렇다고 카드 내는 손님을 탓할 수도 없고…." 그런데도 파마를 하는 손님 중 90% 이상이, 커트 손님도 3분의 1은 카드 결제다.
카드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미용실에 대한 카드 결제 수수료는 약 4%. 김씨의 경우 작년 11월 211만원의 신용카드 매출을 올렸으나 이 중 11만원을 수수료로 내고 200만원이 약간 넘는 돈만 받았다. 1년간 내는 수수료를 합치면 120만~150만원이나 된다.
국내 신용카드사들이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평균 2.4% 정도이다. 그러나 업종에 따라 차이가 커서 수수료가 가장 낮은 주유소(1.5%)와 가장 높은 유흥주점(4.5%)은 3배 차이가 난다.
신용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는 평균 마진, 국민 생활과의 밀접도, 소비의 성격, 거래액, 가맹 업체의 신용도, 대손율(貸損率) 등을 따져 '합리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합리적' 기준이 유독 서민들을 상대하는 영세 자영업에는 '모질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은 평균 3.6%로 전체 평균 2.4%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예컨대 동네 미용실이 4%, 세탁소가 3.6%, 정육점이 평균 3.4%, 제과점과 농산물소매점이 3.0~3.1%로 나타났다(22개 신용카드사 집계). 이는 대형 수퍼마켓과 할인점(2.0~2.5%)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다른 업종도 상황은 비슷하다. 의료 서비스의 경우 대형 종합병원은 1.5%지만, 동네 의원이나 약국은 2.5~2.7%(약 1.7배), 조산원은 최대 3.6%이다. 똑같은 학비를 내더라도 대학교나 대학원 등록금은 평균 2%의 수수료를 떼지만, 동네 유치원이나 외국어 학원, 과외학원 수강료는 3.6%를 뗀다. 레저 업종을 보면, 골프장 이용료가 1.5% 내외인 데 반해 서민들이 애용하는 볼링, 당구, 헬스클럽은 3.5~3.6% 수준이다. 또 대기업이 운영하는 신차·수입차 판매업소는 2.25~2.7%지만, 서민 자영업자들의 중고차 매매는 평균 2.8%, 이륜차(오토바이) 판매는 3.4%의 수수료를 낸다.
수수료율이 높으면 자연히 카드 결제를 꺼리거나, 값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경향이 생기고,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떠넘겨진다. 특히 영세 자영업체 수수료율이 높다 보니 주 이용자인 서민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된다.
서울 장안동에서 중고차를 거래하는 최모(33)씨는 "차 값이 1000만원이라면 카드 수수료가 30만~40만원"이라며 "현금 내고 값을 깎는 게 손님이나 업자나 모두 이익"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 업계 관계자는 "중소 자영업의 경우 매출 규모가 적고, 연체도 많이 생겨 수수료율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래도 카드사로서도 손해 보는 거래"라고 주장했다.
영세 자영업자의 불만이 높아지자 정부가 뒤늦게 나섰다. 정부는 4일 발표한 2007년 경제운용방향을 통해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립적인 기관에 수수료 원가 분석을 맡겨, 서민 영세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춘 표준안을 내놓고, 신용카드사들의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