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자리잡은 사진공유 사이트 ‘슬라이드’(slide.com). 사무실 문을 열자 커다란 개 두 마리가 먼저 방문객을 맞았다. CEO(최고경영자)인 맥스 레브친(Max Levchin·32)과 직원이 키우는 개였다. 레브친은 “새벽 3~4시까지 사무실에서 프로그램 개발에 매달릴 때가 많은데, 개가 있어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레브친은 온라인 결제회사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CTO(최고기술책임자) 출신으로 유명한 인물. 안전하고 간편한 온라인 결제 서비스로 인기를 끈 페이팔은 2002년 이베이에 15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인수돼 ‘초(超) 대박’을 터뜨렸다.

레브친은 페이팔을 떠나 2004년 누구나 쉽게 사진을 올리고 감상할 수 있는 슬라이드를 설립했다. 현 직원은 45명이며,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은 앞다투어 신생 벤처인 슬라이드에 2000만달러(약 186억원)가 넘는 돈을 투자했다. ‘세계 최고의 벤처투자자’로 불리는 비노드 코슬라는 “슬라이드의 잠재적 가치는 유튜브를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웹2.0 시대의 주목받는 기업인 슬라이드의 CEO 맥스 레브친을 단독 인터뷰했다.

▲웹2.0 기업으로 주목받는 미국의 사진공유 서비스 슬라이드의 창업자이자 CEO인 맥스 레브친.

간편한 사진공유 서비스로 인기몰이

―슬라이드의 창업 동기는.

“금융관련 업무에 지쳤다. 페이팔을 매각한 뒤 1년간 아무 일도 안 하고 쉬었다. 새로운 일을 찾다가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슬라이드의 서비스를 간단히 설명해달라.

“당신의 이야기를 가족이나 친구에게 쉽게 들려줄 수 있는 도구다. 슬라이드 사이트에 새로운 사진을 올리면 가족이나 친구의 컴퓨터 화면에도 자동으로 그 사진이 나타난다. 블로그 같은 개인 홈페이지도 저절로 사진이 갱신(업데이트)된다. 배경·크기·색깔도 내 맘대로 정해서 어느 사이트나 갖다 붙일 수 있다. 귀찮은 반복작업은 우리가 알아서 처리해준다.”

―사진공유 서비스만 가능한가.

“디지털 콘텐츠는 뭐든지 처리할 수 있다. 일일이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아도 연예정보나 연재만화, 뉴스속보같이 자신이 관심 있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받아볼 수 있다. 외부 사이트에 슬라이드 기능을 삽입해 사진보기 프로그램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용자는 얼마나 되나.

“광고나 판촉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 수백만 명이 쓰고 있다. 편리하다는 입 소문이 나면서 구전(口傳) 마케팅 효과를 보고 있다. 영화 ‘마이애미 바이스’나 드라마 ‘히어로’의 주연 배우도 슬라이드 애용자다.”

―웹2.0의 대표기업으로 꼽히는데.

“우리 스스로 웹2.0이라고 떠든 적이 없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사진을 올리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기 쉽게 만든 것이 웹2.0의 특성에 맞는 것 같다. 예전의 페이팔은 웹1.0이라고 부를 수 있다.”

◆기업대상 서비스 유료화 계획

―동영상 사이트가 인기인데, 사진 서비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는 유튜브와 가는 길이 다르다. 동영상에는 ‘무조건 튀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그래서 과격하고 엽기적인 내용이 많다. 촬영 및 편집도 어렵다. 사진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수익모델은 무엇인가.

“기업 대상 서비스를 유료화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선택한 구두·핸드백·옷 같은 상품정보를 자동으로 보내주는 서비스가 인기다. 우리 기술을 이용해 온라인 카탈로그를 만드는 기업도 많다. 앞으로 이런 서비스를 유료화할 계획이다. 이미 여러 기업에서 제휴를 맺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내년에는 순익을 낼 생각이다.”

―올해 사업계획은.

“모바일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올리고 감상하는 서비스가 곧 시작될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도 중요한 과제다. 현재 일어·중국어·스페인어를 포함해 6개 언어로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시장 진출계획도 있는지.

“오늘 아침에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은 인구 밀집도가 높고 초고속통신망이나 온라인 지불체제가 잘 돼 있어 아주 매력적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지역 제휴 파트너를 찾고 있다.”

■맥스 레브친은 누구인가
1975년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서 태어나 16세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일리노이대학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23세때 온라인 결제회사 페이팔을 공동 창업했다. 유튜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첸의 대학 선배이자, 페이팔의 직속상사였다. 4년 만에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하며 청년 갑부 대열에 들어섰다. 29세때 슬라이드를 새로 설립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느낀다. 클라리넷 연주실력이 수준급. 미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