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삼성전자 화성반도체단지를 들어서자 눈 덮인 야산 사이로 우뚝 솟은 대형 크레인이 눈에 들어왔다. 공사장 인부들은 하루 임대료가 1000만원이 넘는 '500� 크레인' 주위를 바삐 움직이며 아파트 10여 층 높이의 대형건물 옥상에 공조(空調) 시설 마무리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이 건물은 지난 9월 D램(전원이 끊기면 저장된 정보가 지워지는 반도체) 양산(量産)에 들어간 삼성전자의 15번째 반도체 생산라인. 이승백 부장은 "가로·세로·길이가 각각 150m가 넘는 초대형 건물로, 생산라인을 만드는 데 들어간 돈만 3조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15번 라인은 지난해 착공 때만 해도 낸드 플래시(전원이 끊겨도 저장된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반도체) 생산용으로 준비됐었다. 하지만 올해 초 'D램 시장이 당분간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15번 라인을 D램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서둘러 전환했다.
삼성전자의 예측은 적중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1984년 D램 반도체 사업에 처음 진출한 이후 D램 부문에서 최대 호황(好況)을 구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4분기 반도체 실적도 사상(史上)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D램으로만 하루 100억원 넘는 이익
삼성전자는 올 4분기 들어 D램 월 매출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이익률도 높아졌다. 지난 3분기 30%대 중반이던 D램 매출이익률은 4분기 들어선 40% 선에 육박하고 있다. D램으로만 하루 1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남기고 있는 셈이다. 하이닉스반도체도 D램 사업 호조로 올 4분기에만 영업이익이 7000억원에 육박하는 깜짝 실적을 거둘 전망이라는 분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두 회사가 이처럼 대호황을 누리는 것은 올해 들어 세계적으로 D램 공급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 PC 업계는 내년 2월 새로운 운영체제(OS) '윈도 비스타' 출시를 앞두고, 현재 D램 구하기에 혈안이 되고 있다.
D램 가격은 보통 연간 기준으로 30~40% 정도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공급부족 현상 때문에 하락률이 10~15%에 그쳤다. 전준영 상무는 "현재 D램 주문량에 비해 공급량은 여전히 70% 안팎에 머물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D램 가격이 강세를 보일까 오히려 걱정"이라고 말했다. D램 가격이 오르면 PC 업체들이 D램 구매량 자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황창규 사장 "후년까지 강세"
삼성전자는 올해 D램 반도체가 어느 정도 호조를 보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현재와 같은 대호황이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황창규(黃昌圭) 사장은 "일부에선 내년 호황세가 꺾일 거라는 이야기도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면서 "내년은 물론 후년에도 D램 호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세계적으로 D램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최근 플래시 업체는 많이 늘어난 반면, D램 사업에 진출한 업체는 거의 없다"면서 "한때 D램은 사양산업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앞으로는 D램을 포함한 메모리 반도체가 세상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