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재계에서 창업주의 2~3세들이 경영 일선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오랜 경영 수업을 끝내고 속속 그룹의 주요 포스트에 오르고 있고, 직접 경영 성과를 내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창업 2~3세들은 전권을 휘두르기 보다는 전문경영인들과 호흡 맞추기를 중시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젊은 감각을 지닌 재벌 2세 등이 경영에 진출할수록 국내기업 문화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이끄는 체제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창업주 뒤잇는 차세대 경영인들 ①대림산업 이해욱 부사장 ②애경그룹 채형석 총괄 부회장 겸 그룹 CEO ③애경그룹 채동석 유통부동산개발 부문 부회장 ④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⑤롯데 신동빈 부회장 ⑥현대백화점 정지선 부회장 ⑦삼성전자 이재용 상무 ⑧기아자동차 정의선 사장.

새롭게 뜨는 재벌 2~3세

최근 들어 건설업계에서는 대림산업 이해욱(李海旭) 부사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7월부터 대림 유화사업부를 담당하고 있는 이 부사장은 올해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강도 폴리에틸렌(e-PE)´을 시장에 내놨다.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쓰이는 이 제품은 내년도 대림산업 유화사업부의 성장축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에서 이 부사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재벌 3세인이 부사장은 창사 67주년을 맞으며, 안정을 중시하는 대림산업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0년 3월'e-편한세상'이라는 아파트 브랜드 출범은 이 부사장의 숨은 공적. 당시엔 건설회사 이름이 아파트 브랜드인 것처럼 사용됐지만 이 부사장(당시 구조조정실 상무)은 "곧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올 것"이라며 사내에 의견을 제시했다. '과연 그럴까'라는 의문이 없지 않았지만 실제 이 브랜드는 이후 대림산업이 승승장구하는 데 일등공신이 됐다. 기획실장으로 근무하던 2003년에는 건설업계 최초로 제품의 설계기획 단계부터 협력회사가 공동참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설계 및 기자재 구매의 의사결정 단계부터 81개 협력업체를 직접 참여시킨 것이다. 회사측은"이 시스템 도입으로 2004년~2006년 530억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재벌 2세로는 애경그룹 채형석(蔡亨碩)·채동석(蔡東錫)·안용찬 (安容贊) 부회장이 꼽힌다. 이들 애경 부회장 3인방은 삼성그룹의 삼성플라자 분당점을 인수함으로써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장연신 그룹 회장의 큰 아들인 채형석 부회장은 올해 그룹 총괄부회장 자리에 오르며 그룹 후계자로서의 자질을 인정받았다. 계열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그룹 관련 신사업 추진에 주력하고 있다. 채형석 부회장의 동생인 채동석 부회장은 임직원들과 삼겹살을 곁들인 소주파티를 즐길 만큼 소탈한 성격. 최근 삼성플라자 인수와 관련, 2010년 애경그룹 유통부문 비전을 발표하면서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안용찬 부회장은 장연신 회장의 사위다. 미국 펜실바니아 대학 와튼스쿨(MBA) 한국동문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룹 리더로도 부상

연말 인사에서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외손자 정용진(鄭溶鎭) 신세계 부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사장에서 사장을 거치지 않고 고속승진을 한 것이다. 이로써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유통 3강의 부회장 자리가 모두 2세 혹은 3세로 채워졌다. 정 부회장 외에 롯데의 신동빈(辛東彬) 부회장, 현대백화점 정지선(鄭志宣) 부회장이 바로 그들이다. 현대백화점 정 부회장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 정몽근(鄭夢根) 회장이 연말 인사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됨으로써, 사실상 그룹을 이끌어가는 리더로 떠올랐다. 정지선 부회장의 동생인 정교선(鄭敎宣) 현대백화점 상무도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정몽근 명예회장은 올 8월 정 상무에게 그룹계열사인 현대H&S지분 상당부분도 증여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李在鎔) 삼성전자 상무는 대표적인 재벌 3세 경영인. 내년초 정기인사에서 승진 여부가 주목된다. 이 상무는 움직일 때마다 각 언론사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등 이미 중요한 뉴스메이커가 됐다.

자동차 업계에선 정의선(鄭義宣) 기아자동차 사장이 눈에 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정몽구(鄭夢九)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외아들이다. 정 사장은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과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 등 해외사업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