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의 가장 큰 장점은 휴대가 간편해 장소를 옮겨가며 사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내장 배터리가 오래 가지 않아 늘 전원 콘센트가 어디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제 이런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아무데서나 노트북을 사용해도 알아서 무선(無線)으로 충전이 이뤄지는 기술이 곧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악기 울리는 공명 현상 이용=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마린 솔야식 교수팀은 지난 14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미 물리학회 포럼에서 충전장치와 몇m나 떨어져 있어도 전기가 무선으로 전달되는 시스템을 발표했다. 이들이 발표한 시스템은 아직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시험된 상태이나 워낙 개념이 간단해 곧 실용화에 이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①전류가 충전시스템의 구리 안테나로 전달, ②구리 안테나가 6.4메가헤르츠(㎒) 주파수로 공명, 전자기파 방출, ③전기 에너지의'꼬리'가 5m까지 생성, ④노트북의 안테나가 같은 주파수로 공명, 내장 배터리 충전, ⑤주변에 전자기기 없으면 전기 에너지가 다시 충전시스템으로 흡수


MIT팀의 무선 충전시스템은 '공명(共鳴·resonance)'이란 물리학 개념을 이용한 것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공명은 소리굽쇠를 울리면 옆에 있는 와인잔도 그와 같은 진동수로 울리는 현상을 말한다. 현악기 두 개를 나란히 두고 한 악기의 현을 튕기면 바로 옆의 악기도 같은 소리를 내는 것도 같은 이치다.

연구팀은 소리를 공명시키는 대신, 전기 에너지를 담은 전자기파를 공명시켰다. 전자기파는 라디오파나 적외선, X선과 같이 에너지를 담고 주변으로 전달하는 파장을 말한다. 즉 전기 에너지를 담은 전자기파가 발생하면 주변의 전자기기에서 같은 에너지의 전자기파가 발생하는 것이다. 전기 콘센트에 연결된 충전장치에는 구리선이 감겨 있는 코일이 들어 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에 같은 주파수의 전자기파와 공명을 일으키는 구리선 코일을 장착하면 전기 에너지가 자동으로 전달된다.

◆5m 떨어진 곳에서도 충전 가능=문제는 전자기파를 내보낼 때 사용하는 안테나가 에너지를 전달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데 있다. 안테나는 전자기파를 사방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주변 전자기기에 충분한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지 못한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비(非)방사형(non-radiative)' 안테나를 개발했다. 이 안테나에 전기 에너지가 작용하면 일반 안테나처럼 주변 공간으로 발산되지 않고 마치 긴 꼬리를 가진 것처럼 주변 수m까지 그대로 살아남게 된다. 여기에 휴대폰이나 노트북이 다가가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시스템이 3~5m 떨어져 있는 전자기기를 충전시킬 수 있으며, 전기 에너지를 받을 구리선 코일을 장착하지 않은 다른 전자기기나 인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자기파 발생장치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지구 자기장이 만드는 전자기파보다 약했다. 시제품은 내년 중에 나올 예정이다.

이스라엘 테크니온연구소의 모데차이 세게프 박사는 물리학회 포럼에서 "배터리로 작동하는 수많은 제품들을 더욱 가볍고 작게 만들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스플래시패드

◆올려놓기만 해도 충전되는 시스템=공명을 이용한 무선 에너지 전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9세기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29m 높이의 대형 안테나를 통해 전기를 무선으로 전달하는 실험을 한 바 있다. 또 안테나가 에너지를 사방으로 흩어버리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레이저에 전기를 담아 전달하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레이저는 에너지를 직선으로 전달하는 장점이 있지만 도중에 장애물이 있으면 작동을 하지 않아 가정용 무선 충전시스템으로는 부적합했다.

완벽한 형태는 아니지만 케이블이 없는 충전장치는 이미 상용화돼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학내 벤처기업 스플래시파워사가 개발한 '스플래시패드(Splashpad)'는 그 위에다 전자기기를 올려두기만 하면 저절로 배터리가 충전된다.

스플래시패드는 19세기 영국 물리학자 패러데이가 발견한 '전자기유도(電磁氣誘導)' 현상을 이용한다. 즉 구리선이 감긴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코일이 자석이 되고, 반대로 코일 안에서 자석이 움직이면 반대로 코일에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다. 스플래시패드에 전류가 흐르면 내부 코일에서 자기장이 발생한다. 자석이 된 패드의 코일은 휴대폰에 있는 또 다른 코일에 전류를 유도시켜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전동칫솔의 충전기가 휴대폰과 달리 접촉면에 금속선이 안 보이는 것도 스플래시패드와 같은 시스템을 이용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