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열린 '2006 파리모터쇼'는 세계 자동차 업계의 경쟁과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행사였다. 첨단 기술이 집합된 신차와 콘셉트카(미래 생산을 앞두고 미리 제작해 전시하는 차) 대결은 물론, CEO(최고경영자)들의 기(氣)싸움도 치열했다.
우선 유럽 소비자들이 주로 타는 실용적인 소형 신차가 대거 선보였다. 기아차 '씨드(Cee'd)', 토요타 신형 '야리스 TS', 폴크스바겐 'IROC 콘셉트카', BMW '미니' 신모델, 볼보 'C30', 아우디 'S3', 혼다 '시빅 타입S' 등이 대표적이다.

씨드는 기아차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개발한 신모델로, 올해 말부터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한다. 도요타의 신형 야리스 TS는 해치백(마티즈처럼 차량 뒤쪽 유리와 트렁크 덮개가 붙어 있어서 트렁크와 유리가 함께 열리는 구조) 스타일의 소형 스포티카로, 1.8? 엔진을 장착했고, 최고시속 194㎞를 낸다. 폴크스바겐 IROC 콘셉트카는 33년 전 선보였던 시로코 쿠페형 모델을 현대적으로 변형시킨 차종이다.

유럽차 업체들은 고성능 스포츠카 경쟁을 벌였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CL 63 AMG'는 최대출력 525마력을 낸다. 프랑스 푸조는 5500㏄급 컨셉트카 '908 RC'를 선보였다. 내년에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도전계획이다. '아우디 R8'는 최대출력 420마력, 최고시속 301㎞를 내는 스포츠카이다.

푸조 207 이푸어(Epure)

친환경 자동차 부분에선 도요타가 4륜구동형 하이브리드카(석유연료와 전기모터를 번갈아 사용해서 가는 차) 렉서스 'LS600h'을 출품했다. 휘발유 1?로 10.5㎞를 간다. 푸조의 연료전지 하드톱 컨버터블(오픈카) '207 이푸어(Epure)'는 수소 탱크를 트렁크 바닥에 배치하고, 50kw 용량의 배터리를 갖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15초가 걸리고, 최고시속 130㎞를 낸다. BMW는 하이브리드카 'BMW 이피션트 다이내믹스'를 선보였다.

르노삼성이 내년 하반기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꼴레오스 콘셉트'와 GM대우가 시보레 브렌드로 출품한 고성능 소형차 'WTCC'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은 창청자동차의 '윙글', 장링모터스의 '랜드윈드'등 6개 자동차 업체들이 올해 처음으로 파리모터쇼에 참가, 관람객들의 눈길을 받았다. 이들은 국산차보다 20~30% 저렴한 가격으로 유럽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어서, 향후 국산차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CEO들의 표정은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GM의 릭 왜고너 회장은 시보레·오펠 브랜드의 신차발표회에 참석했으나, 행사시간 내내 앉아서 발표회를 지켜보기만 했다. 반면 GM의 회생을 돕겠다고 나섰던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회장은 신차발표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하고, 공개 언론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왜고너 회장과 곤 회장은 파리에서 만나 GM과 르노·닛산의 제휴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10월4일에 제휴결렬을 선언했다. 기아차 정의선 사장은 해외모터쇼 행사에 처음으로 발표자로 나서, 유창한 영어로 '씨드'를 소개하고 기아의 유럽진출 확대전략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