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뭐 있어? 이거 보이죠. 이거! 이런 대박, 111배짜리 걸리면 200만원만 넣어도 바로 2억~3억 되는 거야. 인생 해피, 오케이?"
지난 2일 서울 N호텔에서 열린 주식·선물·옵션 투자설명회. 50여 명이 '희망과 기회의 나라로 데려가 주겠다'는 광고를 보고 모여들었다. 주최측은 H컨설팅업체. 모인 사람 대부분이 50~60대 장년층이었다.
강사 H씨의 달변이 이어진다. "여러분들, 1년 10%에 만족 못하잖아. 그럼 나랑 함께 가보는 거야. 하루에 15%(상한가)짜리 아니면 100배 대박, 이런 거 원하잖아요. 그렇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자~ 차트를 한번 봅시다. 지난 6월 8일, 옵션 프리미엄이 0.01이었던 것이 1.11까지 111배 뛰었죠? 이런 일이 여기서는 일어난다니깐. 버리는 셈 치고 저한테 돈 300(만원) 맡겨봐. 물론 날릴 가능성이 있지. 그래도 한번쯤 대박을 꿈꿀 수 있잖아요."
투자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설명회를 개최한 H사의 선물·옵션 컨설팅 비용은 3개월간 300만원에 달한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 메신저로 투자 정보를 실시간 제공해주는 대가다.
말끝마다 '대박' 운운 하는 강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옵션에서 대박이 날 수 있는 이유는 적은 돈으로 큰 금액을 베팅하는 이른바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 때문이다.
옵션은 아파트 매매와 비슷하다. 1000만원의 계약금을 걸고 2억원짜리 아파트를 1년 뒤 사기로 계약했다. 1년 뒤 이 아파트가 3억원으로 뛰면 구매자는 1000만원으로 1억원을 버는 효과를 본다. 대신 아파트 값이 떨어지면 1000만원을 날리고 구매를 포기한다. 결국 크게 먹거나 크게 잃거나 둘 중 하나다. "인생 뭐 있어!"가 먹히는 이유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 빌딩에 마련된 L증권사의 '트레이딩 센터'. 투자자를 가장한 기자에게 직원 A씨가 상담을 해준다.
"선물·옵션 투자하려 하시는데 깡통될까봐 겁이 나신다고요? 솔직히 말하면 국가 공인도박장 아닙니까. 도박은 자신 없으면 안 하는 거죠."
이곳은 전업 투자자를 위한 공간으로, 3000만원 이상을 이 증권사에 맡긴 사람은 자리를 얻어 하루 종일 거래할 수 있다. 약 50개의 책상마다 2대의 컴퓨터와 그와 연결된 4개의 모니터가 켜져 있었다.
선물·옵션 같은 파생상품 투자자들에게는 많은 모니터가 필요하다. 하루에도 가격이 10배 이상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한꺼번에 여러 차트와 지표를 보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엔 한 40여 명 계신데, 그중 선물·옵션 하시는 분이 30명 정도 됩니다. 3000만원을 한 달도 안 돼 날리고 가시는 분도 계시고, 돈을 불려 30억원이 돼 이민 가신 분도 있고요."
그러나 직원이 성공했다고 꼽은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선물·옵션 투자자만 대상으로 급전(急錢)을 꿔주는 대부업체(고금리로 급한 돈을 빌려주는 소형 금융회사)도 등장했다. 선물·옵션 거래를 시작하려면 1500만원의 증거금이 필요하다. 이마저도 날리고 나면 더 이상 투자를 할 수 없다. 미련을 떨치지 못한 사람들은 대부업체를 찾는다.
"1500만원에 하루 이자는 2만5000원, 월 이자로는 40만원입니다."
지난 8일 서울 명동의 B대부업체 사무실. 기자가 대출 받으러 왔다고 하자 그는 "지금 갖고 있는 돈이 얼마나 되시죠?"라고 묻는다.
500만원쯤 된다고 대답하자 직원은 "그럼 1500만원을 저희가 넣어 드리겠습니다. 대신 저희가 터 놓은 증권사 계좌를 이용하셔서 거래를 하셔야 합니다. 돈이 원금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으면 돈은 저희가 바로 인출합니다"라고 말했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월(月) 이자 대신 하루 이자 2만5000원을 내는 쪽을 택한다.
증권사들도 일반인들을 부추긴다. 선물·옵션 투자자들의 경우 초단타 매매를 해 주식투자자들에 비해 수수료 수입이 크기 때문이다. 온라인 증권사들은 수수료 수입의 약 30%가 선물·옵션에서 나온다.
한 증권사 직원은 "20여 명 되는 투자자들이 오피스텔에 모여 집중적으로 트레이딩을 하면 증권사 지점들이 오피스텔 비용을 내주고 대신 수수료를 먹는 계약을 하기도 한다"며 "돈이 없어 자장면도 못 시켜 먹는 사람들이 계좌에는 수천만원씩 넣어놓고 있는 것을 보면 기가 찰 때가 있다"고 말했다.
Keywork
콜 옵션(Call Option)은 옵션거래에서 기초자산을 특정 기간 안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임.
풋 옵션(Put Option)은 콜 옵션의 반대 개념으로 특정 기간 안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