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휴대폰 업계에 특허료(로열티) 비상이 걸렸다. 유럽식 이동통신(GSM) 핵심기술을 갖고 있는 미국 인터디지털 커뮤니케이션즈(이하 인터디지털)사(社)가 삼성전자·LG전자·노키아 등 대형 휴대폰 제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막대한 특허료를 거둬들이게 된 것이다. 미국 중재법원은 6일(현지시각) 삼성전자가 인터디지털에 1억3400만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중재결정을 내렸다. 삼성은 이 결정에 불복, 연방법원에 항소하는 한편 인터디지털과 로열티 협상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삼성·LG·노키아를 굴복시킨 인터디지털=지난 72년 설립된 인터디지털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본사를 둔 업체로, 전 직원은 320여 명. 제조공장 없이 대부분 연구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이 회사는 GSM 관련 핵심 특허 4200건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단말기와 기지국 사이의 무선통신을 지원하는 에어인터페이스 등 8개의 핵심 기술도 유럽표준기구(ETSI)에 등록해 놓고 있다.

이 회사의 주요 고객사는 노키아·삼성전자·LG전자 등 유수의 휴대폰 제조회사들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지난 96년 인터디지털과 특허계약을 맺고, 그동안 3500만달러의 기술사용료를 지급했다.

하지만 휴대폰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자 인터디지털은 각사에 휴대폰 판매단가의 1.5%가량을 로열티로 지불할 것을 요구했고, 이에 불응한 휴대폰 제조사들과 마찰을 빚어왔다.

세계최대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는 작년 말 미국 중재법원에서 인터디지털에 2억5000만달러를 지불하라는 결정을 받았다.

올 초 LG전자는 인터디지털과의 특허분쟁이 승산이 없다고 보고, 2억8500만달러의 특허료(과거 사용분 포함)를 인터디지털에 내기로 계약했다.

두 회사의 선례는 결국 삼성전자에까지 영향을 미쳐 이날 특허료 지불판정에 이르게 됐다.

◆제2의 퀄컴 되나=인터디지털은 삼성을 비롯한 거대 기업과의 특허분쟁에서 속속 승리하면서 한껏 고무된 상태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메리트는 "이 같은 결정이 내려져 매우 기쁘다. 삼성전자의 의무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일치하는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터디지털의 매출액은 2004년 1억달러 수준에서 올 상반기에만 3억48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실적이 급성장하고 있다.

이번 특허분쟁을 계기로 삼성·LG외의 국내 휴대폰 업체와 인터디지털 간 특허료 협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최근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업체들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최근 인터디지털측의 요구에 따라 특허료 협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국내 휴대폰 업계는 앞으로 인터디지털사가 '제2의 퀄컴'이 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미국식 이동통신 기술인 CDMA(코드분할 다중접속) 핵심기술을 보유한 미국 퀄컴은 작년까지 11년간 국내 업체로부터 3조원의 로열티를 받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