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제품이라도 유통업체에 따라 판매 가격이 다르다. 정가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 콘의 경우 편의점에서는 정가 그대로, 동네 수퍼에서는 900원, 대형 마트에서는 700~800원에 판다.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유통업체가 박리다매(薄利多賣)를 한다면 쌀 수밖에 없다. 만약 제조업체에서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 콘 한 개를 600원에 공급한다면 편의점은 하나 팔 때마다 400원이 남고, 할인점은 100~200원이 남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옛날 얘기다. 예전엔 제조업체가 유통업체보다 우위에 서서 가격을 결정했지만, 지금은 물건을 많이 파는 유통업체가 사실상 가격을 결정하는 '유통 우위 시장'이 됐다. 1년에 수백억원어치를 팔아주는 유통업체가 요구하면 제조업체는 다른 유통업체에는 개당 600원에 주는 제품을 그곳에는 개당 500원 이하에도 납품해야 한다. 제조업체가 대형 유통업체에 끌려가다 보니 '가격 역전(逆轉)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 한 음료회사가 영세한 동네 수퍼에 물건을 공급하는 도매업자들에게 준 음료 값이 대형 마트의 소매가보다 비싼 일이 일어나 말썽이 일기도 했다.
심지어 대형마트가 정가까지 바꾸는 일도 벌어진다. 한 빙과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몇 년 전 대부분의 아이스크림 콘이 700원일 때 한 업체가 800원짜리 콘을 내놓고 대형마트에서 5개를 묶어 2000원에 팔았다. 즉, 50% 할인을 한 것이다. 이 대형마트에선 우리한테도 50% 할인기획상품을 내놓으라고 했고, 할 수 없이 우리도 정가를 800원으로 올렸다."
이렇게 유통업체의 가격 차이는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측면도 있다.
일부 유통업체의 '수수료 판매' 관행도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수수료 판매란, 예를 들어 백화점에 입점한 업체가 백화점에 자기 회사 직원을 보내 물건을 팔고 매출액의 일부(주로 35~38%)를 백화점에 주는 방식이다. 백화점은 재고 부담없이 수수료만 챙기면 된다. 그러니 같은 브랜드 옷은 백화점마다 값이 다 똑같다.
패션 상품의 유통 경쟁은 백화점 다음 단계의 시장에서부터 나타난다. 의류 아웃렛(도매점)은 자기가 책임을 지고 물건을 사들여 각기 다른 할인 폭을 적용해 판매한다. 재고부담까지 다 떠안는다. 그러니 판매가 부진한 상품은 할인 폭을 높여서라도 철 지나기 전에 다 팔아야 한다. 당연히 할인 폭도 커지고 소비자는 싼 값에 옷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관행에 매달려 있는 백화점은 경쟁력도 계속 떨어지고, '유통업이 아니라 부동산 임대업'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입력 2006.07.26. 21:52
오늘의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