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을 통째로 얼려버린 엄마의 실수'.

무슨 소설 제목 같기도 하고, 영화 제목 같기도 하지만 중견 제과업체(기린 본젤라또)가 얼마 전 내놓은 아이스크림 이름입니다. 제품 이름은 길지 않고 함축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옛날 이야기인 모양입니다. 적어도 식품 업계에서는 제품의 특성을 길게 풀어 쓴 서술형 이름 짓기가 한창입니다.

식품 매장을 둘러보면 긴 이름이 한둘이 아닙니다. 풀무원이 내놓은 '생과일을 갈아넣어 부드럽게 마시는 맛있는 스무디'는 20자가 넘습니다. CJ의 '계란을 입혀 부쳐 먹으면 정말 맛있는 소시지'는 글자 수가 18자입니다. 이 회사의 건강음료 시리즈 중에는 '통째로 갈아넣은 인삼유 한뿌리' '통째로 갈아넣은 홍삼유 한뿌리' 등 긴 이름이 많습니다.

서울우유의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는 유통기한이 짧아 신선함이 생명인 우유의 특징에 맞물려 제품의 강점을 부각시킨 사례로 꼽힙니다.

'의치에 붙지 않는 자일리톨 휘바'(롯데)라는 껌 이름도 있습니다. 노년층을 겨냥한 제품입니다.

이들 이름에 비해 길지는 않지만 '몸이 가벼워지는 17차(茶)'(남양), '자연은 365일 레드 오렌지'(웅진), '기름에 안 튀긴 면'(삼양), '소화가 잘 되는 우유'(매일) 등 서술형 제목의 제품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이름을 길게 풀어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수많은 유사 제품과 차별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성분이나 제품명이 비슷한 제품이 많아 단순한 이름을 사용하면 다른 제품과 헷갈리기 마련입니다. 또 제품명을 풀어 쓰면 소비자들이 제품의 특징을 금방 이해하는 장점이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입니다.

하지만 이름이 길다 보니 소비자들이 쉽게 외우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너무 지루하거나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업계의 작명전(戰)이 점입가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