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천안에 있는 중소업체 H사의 재무담당 Y모 이사는 지난달 초 평소 거래하던 A은행으로부터 회사 대출금 금리를 0.8%포인트 낮춰 연4.6%에 만기 연장을 해주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대출금이 40억원 정도여서 연간 3000만원을 아낄 수 있다.

그런데 얼마 후 인근 B은행에서 "우리와 거래하면 금리를 연4.1%까지 내려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다. 이후 이달 초엔 경기 파주의 3개 은행 지점장들로부터 전화 공세에 시달렸다. 파주 LCD 단지에 공장 부지를 계약하자, 시설자금을 빌려주겠다며 연락이 온 것이다.

신한·조흥은행 합병에 이은 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은행권에 '몸집 불리기'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거품 경고에도 불구하고 5월 전반기(1~15일)에만 주택담보대출이 1조2085억원 증가하는가 하면, 중소기업 대출은 지난 4월에만 6조2000억원이 늘어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국민은행은 24일 "오는 6월부터 신용대출 최고 한도를 1인당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리고, 금리도 최대 0.3%포인트 내리겠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이 신용대출 한도를 올린 것은 2000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몸집 불리기에 가장 적극적인 우리은행은 올해 초부터 '토종은행론'을 들고 나오면서,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안에 자산규모를 현재 140조원에서 170조원대로 늘리기로 한 데다 최근 내부적으로 32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대출을 연내에 4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하나은행 역시 외환은행 인수전 실패 이후 '시장점유율 2%(자산규모 15조원) 증대' 등 자산 불리기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은행은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부동의 1위가 되는 형국에서, 2위권마저 유지하지 못한다면 인수·합병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