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월마트의 결정은 한국 시장의 환경상 월마트가 지향하는 수준의 성장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22일 서울 조선호텔 오키드룸에 몰린 60여명의 국내외 보도진을 월마트 관계자들은 파란 눈을 껌뻑이며 신기한 듯 바라봤다. 한국 철수와 동시에 신세계에 월마트코리아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이들 결정권자들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월마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할인점 업계 4위인 까르푸가 전격 철수를 선언한 마당에 5위에 머물고 있던 월마트코리아가 태연히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으리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해 월마트코리아의 매출만 따져 봐도 잘 알 수 있다. 매출액이 7287억원에 달했지만, 99억원의 적자를 냈다. 세계 최고의 유통기업이라고 손꼽히는 월마트코리아가 한국시장에서 적자를 볼 정도로 자존심을 구긴 것이다.

▲ 월마트 왜 철수했나

지난 1998년 네덜란드 합작법인 한국마크로 점포를 인수하면서 아시아에서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시장에 진출한 월마트는 현재 인천점, 일산점, 구성점, 강남점 등 전국에 1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3356명의 종업원과 총자산 8740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월마트코리아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서울지역에 한 개 점포(역삼동)만 보유하고 있어 월마트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 자체도 낮았다. 월마트는 또 질보다 가격 위주의 제품 구매행태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상품도 다양하지 못하고 저가 제품 위주'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소극적인 이벤트와 홍보활동도 월마트코리아가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 까르푸와 월마트의 공통점

한국을 등지게 된 까르푸와 월마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선 양 사는 한국 시장진출 내내 한국인 CEO를 중용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외국인 임원과 한국인 평직원 사이의 조직 융화에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혼연일체가 된다하더라도 시장에서 기선을 잡을까 말까한 국내 할인점 시장에서 핵심 임직원들의 생각이 결국 따로 놀았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처럼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기호를 외국계 할인점이 따라잡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 트렌드의 작은 변화 하나에 민감해야 하는 유통업의 특성을 이들 외국계 할인점이 미세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까르푸와 월마트는 세부적인 사항까지 프랑스와 미국 본사로부터 결재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스피드 경영을 모토로 하고 있는 한국계 할인점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한국처럼 소비자들이 까다로운 곳도 없는 데 까르푸와 월마트가 이를 간과한 게 가장 큰 실수"라며 "그만큼 국내 유통업체들의 실력이 세계적임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머니투데이/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