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쓰다 자동차가 만든 'MX-5 미아타'는 1600㏄ 엔진을 얹은 예쁜 2인승 소형 스포츠 카 다. 경쾌한 엔진 소리, 가뿐한 움직임, 귀여운 모습의 미아타는 자동차 애호가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았다. 미아타는 마쓰다의 대표적인 히트차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한단계 올려주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독일 폴크스바겐의 비틀(딱정벌레)은 '폴크스바겐'이라는 말 그대로 '대중의 차' 라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다가 몇년 전에 '뉴 비틀'로 변신에 성공했다. 결코 비싼 차는 아니지만 젊은 느낌에 개성이 넘치는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독일 BMW 그룹에서 만들고 있는 미니도 마찬가지다. 미니를 사랑하는 동호인 모임이 전세계적으로 결성되어 있고, 미니를 열렬하게 사랑하는 매니아층도 두텁다. 동급 사이즈의 소형차에 비해 비싼 값을 불러도 판매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런 차들은 브랜드 이미지라는 값어치를 차량 가격에 얹어서 경쟁차종보다 비싸게 판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선뜻 브랜드 이미지를 비싼 값을 주고 구입한다. 소비자들은 이런 차를 구입할 때 2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기계덩어리인 자동차를 소유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차가 뿜어내는 개성을 산다. 예컨데 '나는 미아타를 탄다'라고 말하는 순간, 마음 속으로는 '나는 너와 다르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자동차 구입 문화는 싸면서 좋은 차를 구입하던 시대에서 개성을 강조하는 차량을 선호하는 시대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어차피 자동차 업체간에 자동차 성능이나 품질 격차는 좁아들었고, 새로운 기술은 선보이기가 무섭게 경쟁업체가 베끼고 있다.

BMW가 '아이 드라이브'라는 혁신적인 통합 디스플레이 시스팀을 선보이자, 아우디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그대로 ?아왔고, 아우디 기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항시 4륜구동(콰트로) 시스템을 이제는 BMW와 벤츠에서도 즐길 수 있다. 현대자동차 그랜저 TG의 성능이나 품질은 일본 도요타 아발론과 어깨를 나란히 견줄 만큼 좋아졌다. 하지만 자동차 가격은 여전히 격차가 크다. 그 이유는 품질의 차이가 줄어든 자리에 브랜드 이미지나 개성이 자리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현대·기아차는 품질이 좋아졌지만 두 회사간 개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예컨데 현대·기아 연구소에서 쏘나타 후속 차량을 만들면 A 타입은 현대자동차 NF 쏘나타로 찍어내고, B 타입은 기아자동차 로체로 개발해 내는 식이다. 투싼과 스포티지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태어났다.

김영수 산업부장

그래서 현대·기아차가 판매하는 차는 많지만 사려고 하면 마땅한 차가 없다. 같은 플랫폼(엔진+트랜스미션)을 쓰고 똑같은 옵션을 달아 모습만 약간 다르게 만드니 항상 '그 밥에 그 나물'이다. 하지만 도요타는 다르다. 대중적인 중형차 캠리를 만들고, 여기다 고급 옵션을 더하고 더 큰 엔진을 달아서 렉서스 ES 350으로 변신시켜 소비자 앞에 내놓는다.

현대·기아가 비슷한 차를 내놓으면 그나마 브랜드 파워가 약한 기아가 손해를 본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기아에게 미래는 없다. 지금이라도 현대의 그늘을 벗어나서, 기아만의 개성을 가진 자동차를 만들어야 살아날 수 있다. 기아는 로터스 엘란을 만들고, 카렌스, 카니발, 카스타를 개발하던 시대의 도전 정신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뉴비틀, 미니, 미아타 같은 개성있는 차로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를 다시 세우면 어떨까.

앞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으려면 '품질은 괜찮은 그저 그런 차'로는 부족하다. 이제 '가격 대비 괜찮은 가치를 가진 차'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때다. 소비자의 마음을 읽고 개성을 채워주는 현대·기아차를 기대해본다.

(김영수 산업부장 yskim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