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발신자 번호표시 서비스(CID) 요금 인하문제가 제기된 지난 2002년 당시 이동통신업체 KTF가 요금 인하 압력을 피하기 위해 가입자 수와 투자비용 등을 국회·정보통신부에 허위로 보고했다는 사실이 KTF 내부 문건을 통해 확인됐다.
본지가 7일 입수한 KTF의 '요금 인하 대응방안' 문건(작성일 2002년 6월 12일)에 따르면 KTF는 CID 서비스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64%에 달하는 약 550만명인데도 불구, 정통부에는 245만명(가입비율 25·6%)에 불과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문건은 또 '최근 당사가 5월 초 국회에 제출한 (CID 서비스의) 투자비는 233억원(01~04년) 수준으로 보고됐으나 실제 원가보다는 과다 계상돼 있는 실정'이라고 적혀 있다.
문건은 '따라서 향후 CID 요금 관련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어 가입자 수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 경우 도덕성 차원의 문제가 될 우려가 있다'고 적었다.
이는 1230만명의 가입자를 둔 업계 2위의 KTF가 투자비용은 부풀리고 가입자 숫자는 줄이는 통계 허위 공표의 방법으로 충분한 수익을 올리지 못한 것처럼 가장해 가격 인하 압력에 대응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건 작성 당시 KTF 사장은 이용경(현 KAIST 겸직교수)씨였다.
문건은 특히 '실제 가입자 수와 정통부 보고 가입자 수의 현격한 차이에 대한 정보가 외부(언론·시민단체·국회 등)에 노출될 경우 이동통신 3사 전체의 도덕성 시비 위험이 상존한다'고 적어 이 같은 허위 보고가 전체 이동통신업계의 관행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문건은 통계 허위 보고가 나중에 발각되지 않도록 '요금 인하 시점 직후 가입자 수를 늘려서 (정통부에) 보고하여 인하효과로 가입자가 증가된 것으로 설명한다'는 수습 대책까지 적어놓았다.
이번 KTF 내부 문건은 CID 서비스뿐 아니라 통신사의 데이터를 토대로 책정되는 다른 통신 서비스 요금이 실제 원가보다 과대 계상돼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동안 소비자단체 등은 전반적인 휴대전화 서비스 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정통부가 이동통신업체의 허위 보고를 받고도 이를 가려내지 못하는 등 감독당국의 검증체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문건이 작성된 2002년 6월 당시 KTF와 SK텔레콤·LG텔레콤의 이동통신 3사는 월 2000원 내외의 CID 서비스 요금을 받았으며, 무료화 압력에 2년6개월 동안 버텨 오다 올해 초에야 다른 서비스의 요금에 부분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 서비스를 무료화했다.
이에 대해 KTF는 "정통부에 알려준 숫자는 실무자 차원에서 당시 CID 가입자 숫자가 급증하고 있었던 사실을 간과한 채 구두(口頭)로 알려준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의 KTF 문건은 '실제 가입자 수와 정통부 보고 가입자 수의 현격한 차이'라고 적어 KTF가 의도적으로 수치를 축소 보고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KTF는 또 "이동통신 3사 공조를 통한 대응은 실무자 차원에서 검토했으나 담합 등의 의혹을 고려, 실제 실행된 바가 없다"며 "당사의 (정통부) 보고 수치가 요금 인하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