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26일 밤 늦게 정몽구(鄭夢九)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이 알려지자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그룹 본사 20층의 그룹 기획총괄본부 임직원들은 자정 넘도록 훤히 불을 밝힌 채 다급하게 움직였다. 현대차 임직원들은 검찰 결정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정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쪽으로 가닥이 잡히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밤을 새웠다.

현대차는 이날 오후까지만 해도 '정 회장 불구속, 정의선(鄭義宣) 사장 구속'을 희망했다. 하지만 밤 8시쯤 대검찰청의 긴급 브리핑 개최 소식이 전해지면서 상황이 급하게 돌아갔다. 늦은 저녁 식사를 하러 가던 몇몇 임원들이 황급히 사무실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검찰 브리핑 직후 '정 회장 구속'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임직원들은 "설마" 하며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한 임원은 "만약 회장님을 구속한다면 검찰에서 회사에 미리 통보를 할 텐데 아직 누구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며 불구속 수사에 대한 실낱 같은 기대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노조 소속 작업반장들 '정 회장 구속반대' 탄원서

이날 검찰이 정 회장의 구속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에 앞서 그동안 경영진과 대립해왔던 노조 소속의 현대·기아자동차의 공장 작업반장들조차 정몽구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대검찰청에 제출하는 등 그룹 전체적으로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현대차 울산공장 작업반장 모임인 반우회 회원 636명은 이날 탄원서에서 "앞으로 회사가 어떻게 될까 하는 걱정으로 현장 직원들이 일손을 잡지 못하는 등 동요하고 있다"며 "우리는 20~30년 청춘을 다 바쳐 평생을 지켜온 회사가 단 한번의 실수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양래 전 현대차써비스 부회장, 유인균 전 현대제철 회장 등 퇴직임원 500여명도 대검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손학규 경기지사와 박광태 광주시장도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정 회장을 구속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모임인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은 27일 현대차가 경영 공백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양궁선수 김수녕 등 역대 올림픽 양궁 메달리스트 20여 명도 26일 서초동 대검찰청을 방문, 정몽구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과 정의선 대한양궁협회 회장의 선처를 요청했다.

◆현대차 글로벌 '톱5' 꿈 접나

정 회장이 구속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당분간 김동진(金東晉) 현대차 총괄부회장과 각계열사 사장들이 상의해서 운영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들 전문경영인의 역할은 당분간 자동차의 생산·판매와 같은 최소한의 현상유지 수준에 머물게 될 전망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 "비자금 사건이 현대자동차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으며, 취약해진 현대차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 회장은 모든 중요 결정을 직접 내리고,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마이크로 경영자(micro-manager)"라며 "(검찰 수사로) 현대차가 2010년까지 글로벌 톱5가 되겠다는 꿈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