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 등 선진국들의 줄기세포 연구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눈만 뜨면 새로운 지원 및 연구 프로젝트가 발표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 6개월 넘게 '줄기세포 조작 파문'에 휩싸여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때문에 '미래 의학의 꽃'으로 꼽히는 줄기세포 연구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이 탈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줄기세포 연구 초강국 미국
미국 하버드대는 이번 달 14일 캘리포니아대 과학자들과 함께 인간 배아(胚芽)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연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인간 배아 복제 연구를 반대하고 '사이언스 논문 조작' 사건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인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배아 연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여기에는 지난해 줄기세포 관련 연구를 협의하기 위해 서울대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하버드대 케빈 에건 박사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버드대는 줄기세포 전문가인 더글러스 맨튼 박사의 주도로 2004년에 1억 달러(약 1000억원)의 기금을 모아 줄기세포 연구소를 설립한 바 있다. 연구소에는 관련 분야 7개 대학원과 7개 부속병원 연구진이 참여하며 24명의 교수가 전속돼 있다.
이에 앞서 캘리포니아대 과학자들은 이번 달 10일 호주 모나시 대학 등과 줄기세포 연구 국제 협력 관계를 맺었다. 두 그룹은 새로운 줄기세포 연구 결과들을 공유하고 상호 간에 투자를 활성화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04년 재생의학 센터를 설립하여 줄기세포 연구에 향후 10년 30억달러(약 3조원)를 투입하기로 법안을 주민 투표로 통과시킨 바 있다.
◆영국-스페인도 미국 추격에 박차
영국은 지난해 12월 연구 주도권 확보를 위한 '영국 줄기세포 주도안'(UK Stem Cell Initiative)을 발표했다. 연구재단 설립을 통해 향후 10년간 줄기세포 연구에 최대 8억2000만 파운드(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영국은 2004년에 정부 지원금 442억원으로 국립 줄기세포은행을 세운 바 있다.
황우석(黃禹錫) 전 서울대 교수팀의 인간 배아 복제를 통한 배반포 개발이 논문 조작으로 그 실효성을 잃음에 따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간 배아 복제 배반포를 보유하게 된 곳이 뉴캐슬대의 앨리슨 머독 교수팀이다.
뉴캐슬대는 올해 1월 정부 지원금 180억원으로 줄기세포 실험실을 건설한다고 발표해 현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은 인간배아 관련 연구과제 28건이 인간수정태생관리국(HFEA)의 승인을 받은 상태이다. 그 중 배아줄기세포 관련 연구는 11건이며, 2건은 인간배아 복제를 통한 줄기세포 개발 연구이다.
유럽에서 영국에 이어 줄기세포 연구에 급속히 뛰어들고 있는 나라는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2300억원의 정부 지원금과 230여명의 전문 연구원을 투입하는 '국가 줄기세포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영국 뉴캐슬대의 복제 전문가인 미오그래드 스토이코비치 박사를 영입하여 올해 1월 세포 재활 프로그램 소장으로 앉혔다. 자국의 줄기세포 핵심 연구 책임자를 외국인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는 스페인이 국제 의학 연구의 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적인 석학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스페인은 이 기금 마련을 위해 '프린시페 펠리폐' 연구재단 설립을 설립했다.
◆중국-일본-싱가포르는 아시아 3강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일본·싱가포르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중국은 국가적 차원에서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톈진(天津) 국가 줄기세포공정기술연구센터 등 중국 내 3개의 대규모 연구소를 최근 설립했다.
또한 센터의 산하기관을 베이징(北京)에 6개소, 상하이(上海)에 2개소 차렸다. 지난해 11월에는 프랑스와 함께 배아 세포 생물학 공동 실험실을 추진하기로 협약을 맺었다.
일본은 범 정부 차원으로 추진하는 밀레니엄 프로젝트로 세포치료를 선정하고 문부과학성이 관련 연구에 170억원을 지원했다. 니켄 이화학 연구소도 재생의학 연구에 450억원을 투자한다.
또한 고베시(市)에 병원·연구소·대학 등을 연계하는 대규모 재생의학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싱가포르도 줄기세포 연구를 국가 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15억달러(1조5000억원)를 투자하여 '바이오 폴리스'를 설립 중이다.
호주 정부는 550억원을 들여 '국립 줄기세포 연구소'를 차렸다. 여기에 호주 줄기세포 연구 인력과 기반 시설을 집결시켜 세계 최고 수준의 산학합동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산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와 줄기세포 협약을 맺은 빅토리아주는 2010년까지 세계 5위 안에 드는 바이오 테크놀로지 센터 건립을 추진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