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 마당발 김재록(金在錄·46)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재계 인사들의 비자금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채동욱(蔡東旭) 대검 수사기획관은 28일 "현대차 수사는 (전체 수사의) 한 지류(支流)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현재 수사팀의 여력이 모자라 일단 현대차에 대한 수사가 '교통정리'되면 다른 기업들도 수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수사 대상 기업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과 재계에서는 도대체 어느 기업이 수사 대상인지, 수사 착수 시점은 언제이고, 무슨 혐의로 수사하게 될지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의 움직임에 단서는 있다. 대검 중수부가 보름 전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서 '진승현씨 수사기록'을 넘겨받은 것이다. 윤상림씨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지검은 일부 재벌의 돈이 진씨를 거쳐 윤씨에게 유입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과정에서 진씨와 재벌2세의 '은밀한 관계'를 포착했다. 진씨 수사기록에는 진씨가 주가 조작을 통해 7~8명의 재계 인사들에게 각각 수십억~수백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겨 줬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2개월 전부터 특수2부에 파견돼 윤상림씨 사건을 지원하던 대검 회계분석팀도 진씨 수사기록이 대검에 넘어갈 무렵 모두 철수했다. 또 진씨의 '코치'로 돈을 번 재계 인사 가운데 일부는 김재록씨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검 중수부가 이 기회에 함께 처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진씨의 도움을 받은 재계 인사 가운데 금융브로커 김씨와도 인연을 맺고, 주가조작이나 부실기업 인수·합병에 나섰던 3~4개 기업이 다음 수사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라며 "재계 인사들의 편법적인 재산 형성 과정은 비난받을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또 현대차 그룹의 정의선(鄭義宣) 사장이 부품공장, 협력업체 인수·합병 등을 통해 회사 규모를 확장한 사실도 현재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어 형평성 차원에서도 다른 재계 인사들의 자금 조성 과정에 검찰이 칼을 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이 정·관계 로비와 관련해 유심히 지켜보는 기업 중에는 모 금융회사를 인수한 A그룹과 대규모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B그룹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최근 수년간 주식 매매와 부실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번 재계 인사와 건축 인·허가 과정에서 로비 의혹이 제기된 기업들이 검찰의 우선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입력 2006.03.2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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