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부족한 농업용수를 충당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지하수를 개발하면서 전(全) 지구적인 파멸을 더욱 앞당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지구의 마지막 수자원을 지키기 위해 조상의 지혜까지 동원하고 있는 또 다른 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이 지원하는 국제물관리연구소(IWMI)는 전 세계적으로 농업용수의 10분의 1이 지하수로 충당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인도와 중국, 파키스탄은 그 절반이 넘는 연간 400억t의 지하수를 농업에 이용하고 있다. 이는 빗물에 의해 보충되는 양의 두 배. 태곳적부터 땅속에서 잠자고 있으며 지구 생태계 보존을 위해 일정량 유지되어야 할 '화석 물(fossil water)'까지 마구 퍼내는 셈이다.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최근호에서 인도의 화석 물 남용의 주범으로 값싼 펌프의 보급을 지목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매년 수백만 대의 값싼 양수펌프가 새로 도입되고 있다. 이 펌프가 퍼 올린 지하수로 인도에서 생산되는 곡식의 3분의 2를 재배한다. IWMI에 따르면 인도에선 매년 250억t의 지하수가 관개(灌漑)용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중 150억t만이 비로 보충된다.
지하수 남용은 농촌의 파괴를 불러왔다. 전국적으로 우물이 마르기 시작하자 농촌을 떠나 도시로 유랑하는 농민들이 속출했다. 인도 정부는 전국의 강을 연결해 일종의 관개수로망을 만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20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예상돼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수자원의 지속적 확보기술개발사업단'의 김형수 박사는 "지하수를 이용하려면 자연적인 순환과정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에 땅 속에 물을 주입해 지하수원을 항상 유지하면서 활용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지하수가 하천으로 유입되기 직전에 뽑아 쓰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지하수가 하천에 유입돼 오염되기 전에 사용하면 정화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도 같은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이른바 '빗물 수확(rainwater harvesting)'. 인도에서는 여름철 몬순기에 비가 집중된다. 빗물 수확은 이때 내린 비가 곧바로 바다로 빠져나가지 않고 여러 연못을 천천히 지나가게 함으로써 땅으로 스며들 시간을 주자는 것. 연못에 모인 빗물은 땅 속에 스며들어 지하수층을 채우고 우물을 되살린다. 인도 전역에서 2만개가 넘는 부락이 이 운동에 참여한 결과, 강우량은 전과 같았지만 사용 가능한 물은 두 배나 많아졌다고 한다. 빗물 수확을 한 마을에서는 30m나 내려가야 물을 길을 수 있던 우물이 불과 7m만 내려가도 물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빗물 수확은 중국, 멕시코, 페루, 탄자니아에서도 실험되고 있다.
사실 빗물 수확은 인도에서 낯선 기술이 아니다. 19세기 초반까지 인도에는 진흙으로 지은 '탕카(tanka)'라는 저수조가 계곡 아래 있어 빗물을 받았다고 한다. 영어 '탱크(tank)'의 어원이기도 한 탕카를 되살리자는 움직임은 인도 전역에서 사회운동이 되고 있다.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의 한무영 교수는 "우리에게는 논이 바로 빗물을 천천히 땅속에 스며들게 하는 장치"라며 "비스킷에 공기 구멍이 골고루 나 있듯 빗물 저장 시설도 전국적으로 골고루 설치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