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동네 금융기관'쯤으로 여겨졌던 저축은행권이 팽창을 거듭, 국내 금융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전국 저축은행 110군데 중 자산 1조원이 넘는 '골리앗' 저축은행은 9곳에 달하고 있고, 3~4개 브랜드를 거느린 저축은행 그룹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은 연 5~6%대의 높은 예금금리를 무기로 우량 고객들을 끌어들이며 시중은행들을 위협하고 있다. 얼마 전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상당수 고위 금융관료들이 저축은행의 단골 고객인 것으로 나타났었다.

◆선두경쟁 치열

현재 국내 최대 저축은행은 서울에서 한국·진흥·경기 등 3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그룹으로 총 자산규모가 3조6900여억원에 달한다. 2위는 솔로몬(서울)·부산솔로몬(부산)·나라(전북 익산) 저축은행을 갖고 있는 솔로몬그룹(총 자산 3조2660억원)으로 한국그룹을 맹추격하고 있다. 두 그룹은 이미 웬만한 지방은행보다 몸집이 커졌다.

솔로몬그룹은 작년 말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업계 최고 수준인 연 5.7%로 끌어올려 하루 평균 100억원씩 고객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솔로몬 관계자는 "자산을 운용할 곳은 마땅치 않은데 너무 돈이 많이 몰려와 최근에 금리를 5.2%까지 내렸다"고 말했다. 한국그룹은 2위와 격차를 더 벌리기 위해 지방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인수 대상을 물색 중이다.

또 부산그룹(부산·부산2), 제일그룹(제일·제이원)이 2조원대로 자산을 키우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또 토마토저축은행(자산 1조480억원)은 4~5월 중 분당·수원·평택 등 지점 3곳을 새로 열 계획이다.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의 이정하 팀장은 "앞으로 규제를 더 풀어 자산운용을 더 활발히 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작지만 강한 저축은행도 많아

자산 5000억원 미만인 소형 저축은행들 중에는 우량 단골 고객들을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는 곳도 적잖다. 서울에 있는 민국, 한신, 교원나라 등은 지점 수는 1~2개에 불과하지만 지역고객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는 '바닥 영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 저축은행은 단골 고객들에게 대출 서비스를 잘 해주고 수수료를 인하해 주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외국자본까지 군침

최근 외국계 펀드가 매물로 나온 HK저축은행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외국계 펀드까지 군침을 흘리는 이유는 저축은행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2000년 이전엔 직장인이나 학생 등을 대상으로 200만~300만원씩 무담보로 빌려주는 소액 신용대출 영업에 치중하다 카드 대란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은 부실을 상당 부분 털어내고 부동산 대출 등으로 수익성이 급속히 나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