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코스닥 지수의 대폭락은 한국 코스닥 시장의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테마주' 바람을 타고 버블을 키워만 가던 주가가 불과 5일 만에 급속히 무너져 내렸다. 소액 투자자들은 미처 '손절매'(더 큰 손실을 피하기 위해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파는 것)할 틈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번 대폭락은 사실 예견된 참사였다. 기관과 외국인들의 '돈의 힘'으로 오른 주가였기에 '언젠가는 급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증폭되던 상황이었다. 때마침 불거져 나온 정부의 '주식매매 차익 과세설(說)'이 방아쇠를 당겼고, 대기상태에 있던 매물이 일시에 쏟아져 나왔다.
◆허탈해하는 '개미' 투자자=이날 코스닥 시장은 초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지난 주말 미국증시 급락의 영향 등으로 15.07포인트 하락한 650.24로 출발했다. 이어 기관들이 400억원에 달하는 순매도(매도-매수) 물량을 쏟아내면서 지수는 오후 2시19분쯤 596.73까지 내려갔다. 지수가 10% 이상 폭락하자, 코스닥 사상 최초로 일정시간 주식매매를 정지시키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오후부터는 각 증권사 지점에 소액투자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지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주식을 모두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의 전화가 많았다. 작년 말부터 코스닥시장 바이오·와이브로(무선인터넷) 주식에 3000만원을 투자한 회사원 이모(37)씨는 "지난 1년간 조금씩 쌓아왔던 이익을 단 며칠 만에 모두 날려버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모래성 같은 코스닥 시장=코스닥 폭락의 근본 원인은 그동안의 '이유 없는 급등세' 때문이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기업의 실적이 그다지 상승하지 않았는데도 주가만 일방적으로 올라 '버블(거품)론'이 제기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연설의 주제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이라는 사실이 확산되자,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며 투자심리가 급속히 냉각됐다. 시장이 모두 하락을 예감하고 있을 시점에 결정타가 나온 셈이다. 정부가 계속 부인했지만, 한번 무너진 심리는 회복하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일본 등 해외증시의 급락세, 기관들의 대규모 순매도에 따른 수급 악화, 코스닥시장에 대한 성장 기대감 붕괴 등이 연이어 쏟아지며 시장은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애널리스트는 "기관들이 지난 17일부터 코스닥시장에서만 138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던 것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준 것 같다"며 "성장 가능성만 보고 주가가 높게 오른 점도 하락의 폭을 키웠다"고 말했다.
◆당분간 조정장세 지속될 듯=이날 코스닥지수는 601.33으로 끝났다. 지난 11월 급격히 오르기 시작했던 580선 부근까지 거의 다 내려온 셈이다. 하지만 코스닥 지수가 단기간에 바닥을 찍고 반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게다가 최근에는 한국경제의 '기초체력 부족론'이 등장하며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아예 대세하락 국면으로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조차 등장하고 있다.
삼성증권 홍기석 증권조사팀장은 "코스닥시장이 완전히 바닥까지 내려왔다고 말하기 힘들다"며 "유가, 환율 등 시장의 불안요인이 해소되기 전에는 주가는 더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