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작년(3.9% 예상)보다 높은 5% 안팎으로 내다보는 예측이 우세한 가운데 백화점이나 할인점 매출의 증가세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이 같은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작년까지 3년여 동안 경기가 나빴는데 더 나빠지기야 하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제 경기가 좋아질 때도 됐다는 말입니다. 큰 사업을 하는 분은 물론 작은 가게를 운영하거나 택시를 운전하는 분들은 “요즘 경기가 좋다” “나쁘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럼 과연 경기(景氣)란 무엇일까요.

▲준엽=동네 수퍼나 시장에 가면 "요즘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경기는 무엇을 말하나요?

▲선생님=경기를 영어로는 'business conditions'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현재 하고 있는 사업이나 장사가 되어가는 상황 또는 형편이라고 할 수 있지. 예를 들어 평소보다 장사가 더 잘되면 경기가 좋다고 할 것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경기가 나쁘다고 말하겠지. 그러니까 경기는 각 개인이나 기업의 주관적이면서도 상대적인 견해 또는 판단이라고도 할 수 있단다.

▲준엽=경제 전체로도 경기가 좋다거나 나쁘다고 하지 않나요?

▲선생님=좋은 질문이구나. 각 개인이나 기업 또는 업종별로도 서로 경기가 다를 수가 있단다. 요즘 재래시장이나 동네 수퍼는 매출이 계속 떨어져 경기가 나쁜 반면, 할인점이나 홈쇼핑의 경우 매출이 늘어나면서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잖니. 또 같은 할인점도 지역에 따라, 같은 업종이라도 기업에 따라 경기가 다를 수 있겠지. 따라서 나라 경제 전체로 경기가 좋다 또는 나쁘다고 말할 때는 '경제활동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의미한단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다는 것은 생산·소비·투자·고용과 같은 전체 경제활동이 보통수준 이상으로 활발하다는 것이지.

▲준엽=그럼 요즘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은 생산이나 소비 활동이 예전만 못하다는 뜻인가요?

▲선생님=맞아. 사업이나 장사가 잘될 때와 안 될 때가 있는 것처럼 경기도 좋을 때와 나쁠 때가 있거든. 마치 높낮이가 다른 산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처럼 경기가 계속 변동하기 때문이지. 경기의 이 같은 오르내림을 '경기순환(景氣循環·business cycle)'이라고 부른단다. 경기가 점차 좋아지는 국면을 확장국면이라고 하고 확장 초기단계를 회복기, 본격적인 확장 단계를 확장기라고 부르지. 반대로 경기가 점차 나빠지는 국면을 수축국면이라고 하는데 초기단계를 후퇴기, 본격적인 하락단계를 수축기라고 부른단다. 요즘 경기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경기가 현재 확장국면 중 회복기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준엽=기업과 정부는 물론 일반국민들이 모두 경기국면과 향후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생님=경기의 흐름에 따라 일반국민들은 고용 및 소득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이고, 기업들은 생산 및 시설투자계획을 바꿔나가야 하기 때문이란다. 예를 들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할 경우 생산시설을 미리 늘려 놓아야 증가하는 제품수요에 맞춰나갈 수 있겠지? 개인들의 경우 경기가 나빠지리라고 예상하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가는 등의 대비를 해 나가려고 하겠지.

▲준엽=정부가 나서서 경기를 조절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요?

▲선생님=경기의 흐름을 미리 파악해 경기변동의 진폭을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란다. 예를 들어 경기의 급격한 위축이 예상될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은 미리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금리를 낮추는 확대정책(2006년 1월 9일자 시사경제)에 나서야 하겠지. 작년에 소비와 투자의 회복세가 시원찮을 것으로 예상되자 상반기에 재정지출을 집중적으로 앞당겨 시행한 것이 좋은 예란다. 반대로 미국의 경우 계속 금리를 올리는 것은 경기 과열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긴축정책(2006년 1월 9일자 시사경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지.

▲준엽=그럼 경기가 좋다 또는 나쁘다는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선생님=경기국면 또는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단다. 가장 손쉬운 것은 산업생산, 도소매 판매액 또는 건축허가 면적 등과 같이 경기의 흐름과 관련이 높은 개별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는 것이지. 또 정보입수가 빠른 전력사용량, 놀이공원 입장객 수, 고속도로 이용차량 수, 할인점 매출액 등을 통해서도 경기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단다.

▲준엽=하지만 앞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할인점의 매출은 늘어나지만 재래시장의 매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경우와 같이 지표가 서로 엇갈릴 때는 어떻게 판단하나요?

▲선생님=좋은 지적이다. 네 말대로 어느 한두 지표에만 크게 의존하면 경기의 전체적 흐름에 대해 오판할 가능성이 높아지겠지.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구나. 그래서 만들어낸 지표가 '경기종합지수(CI·Composite Index)'란다. 통계청에서 경기와 관련이 높은 개별 지표들을 선별해 통계적으로 적절히 조합해서 만든 것인데, 경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경기순환의 저점(低點)과 정점(頂點)을 결정하는 데도 이용하고 있지. 경기종합지수는 또 앞으로의 경기동향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종합지수, 현재의 경기상태를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경기흐름을 사후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후행종합지수로 나누고 있단다. 이 외에도 기업가나 소비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이용하거나, 경제변수 간의 상관관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복잡한 계량모형을 이용해 경기동향을 파악할 수 있지. 하지만 어느 방법을 이용하더라도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 사이에도 경기수준이나 방향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많아 이른바 '경기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단다.

참고자료: '알기쉬운 경제지표 해설(한국은행,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