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 루이즈·AMD 회장

"삼성은 세계 최고의 플래시메모리 제조기술을 가졌습니다. 인텔이 마이크론과 손잡는다고 해도 삼성은 이기지 못할 겁니다."

세계적인 반도체회사 AMD(Advanced Micro Devices)를 이끄는 헥터 루이즈(Hector Ruiz·58) 회장은 5일 서울 대치동 글라스타워에서 열린 'AMD 한국 R&D 센터' 개소식에서 "인텔과 마이크론이 최강자인 삼성을 뛰어넘는 제조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플래시 메모리는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요소를 가진 업체만이 살아남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AMD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최근 급속히 성장 중인 미국의 반도체 업체. 특히 전자기기의 연산을 처리하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분야에서 인텔을 뒤쫓고 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에서 3분기 AMD의 시장점유율은 17.8%이며, 미국 데스크탑 PC용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에서는 9·10월 67.7%로 인텔을 앞질렀다.

루이즈 회장은 2002년 AMD의 CEO(최고경영자)를 맡았다. 인텔과 삼성전자·마이크론 등이 벌이는 '반도체 전쟁'의 틈바구니에서 AMD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전자공학도 출신인 그는 업계 경력만 22년에 이르는 IT 산업 전문가다. AMD는 그러나 삼성과는 다른 방식의 '신기술'을 통해 플래시 메모리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루이즈 회장은 "AMD는 자회사 스팬션을 통해 '오어 낸드' 등 플래시 메모리 신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시장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 떠도는 반도체업체 인피니언사와의 협력 소문에 대해서는 "좋은 친구일 뿐"이라며 부인했다.

"한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연 이유는 한국이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한국은 세계 가전시장의 '혁신 센터(innovation center)'"라면서 "세계 가전시장을 선도할 연구개발(R&D) 기지를 한국에 만드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루이즈 회장은 "한국은 뛰어난 네트워크 인프라와 혁신적인 모바일 기술, 우수한 IT 인력을 갖췄다"며 "전자기기용(embedded) 프로세서 소프트웨어 등의 개발에 훌륭한 시험장"이라고 말했다. AMD 한국연구개발센터가 맡을 프로젝트는 와이브로 단말기,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PMP(개인용미디어플레이어), HD(고화질)TV 등 각종 디지털 기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 디자인 및 소프트웨어 개발. 이를 위해 AMD는 3년간 약 1000만달러(100억여 원)를 지원할 예정이다. 루이즈 회장은 "한국 연구개발센터의 역량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모바일·PC 등 모든 전자기기에 적용될 AMD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년에 내놓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