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이 변신하고 있다. 칙칙한 창고에 쇳덩이 기계가 잔뜩 들어서 기름냄새가 진동하던 공장에 미술관이 들어서고, 연못이 생기고 정자가 만들어지고 있다. 기업마다 직원의 창의성과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해 '감동적인 일터'를 꾸미는 데 열성이다. 문화 공원처럼 바뀌어가는 '신개념 공장'들을 찾아갔다.

유명화백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신도리코 아산공장 내 미술관

'조깅→아침 식사→점심 식사→정원·연못 산책→일과 후 PC활용강좌 또는 국제 규격 체육관에서 농구'

신도리코 아산공장 기계제조 1부 이문우(29) 사원의 하루 일과다. 김씨는 "근무 6년차지만 아직도 공장 시설을 모두 활용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장 생활을 하다 보면 1년이 지루한 줄 모르고 훌쩍 간다"고 덧붙였다.

전장품 제조부 김혜정(28) 사원은 공장 뒤편 배방산 산책로를 즐기는 '팬'이다. 점심시간마다 울긋불긋한 가을 단풍이 물든 2㎞ 산책로를 거닐고, 가끔 공장 안 미술관에 걸린 작품을 둘러보다 보면 기분이 전환된다. 생산관리부 강영훈(30) 계장도 "아산공장 관리자와 직원들에게는 문화적인 향기를 가진 공장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즐기고 있는 직원들


충남 아산시 남동 신도리코 아산공장은 직원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만들어진 '예술 작품'이다. 이곳 공장들은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0여 년에 걸쳐 차례로 설계했다.

직선과 곡선이 엇갈린 현대적인 공장 본관을 지나자 가을 낙엽이 쌓인 정원과 연못이 나타났다. 연못 위로는 아담한 정자가 서 있다. 공장 작업동 안으로 들어가니 유명 화백들의 미술작품이 걸린 갤러리가 보였다. 직원들의 복지를 위한 체육관은 국제 규격이었다. 배구·농구 등 5~6개 스포츠를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수백억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일터를 꾸며서 그만한 생산성을 과연 얻을 수 있을까?

아산공장 본관 앞에 마련한 트리앞에 모인 직원들

신도리코 사내 식당 벽을 보면 그 해답을 알 수 있다. 이곳에는 직원들이 낸 '우수 제안'이 줄줄이 붙어있다. 각 제안마다 절감효과는 수천만~수억원에 달한다. 신도리코 아산공장에 쏟아지는 직원들의 제안은 한 해에 6000여 건에 이른다. 신도리코 아산공장에는 청소함·부품주머니 등 세세한 모든 곳에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숨어있다.

화상 불량의 원인인 먼지 제거가 대표적인 사례. 한 직원이 에어건(AIRGUN)으로 부품의 먼지를 떨어내 능률을 높였다. 이어서 다른 직원이 떨어지는 먼지를 붙잡는 매트를 설치했고, 다른 직원이 에어건의 소음을 줄이도록 모터를 개량했다. 또 다른 직원은 필터를 분석, 먼지의 원인을 찾아내 제거했다. 결국 화상 불량률은 0% 가까이로 떨어졌다.

박종배 생산본부 부장은 "먼지 하나도 불량을 일으키는 정밀한 사무기기 공장에서 개선 제안은 바로 돈이 된다"고 말했다.

신도리코 아산공장 내 정자에서 휴식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직원들

신도리코는 직원들의 창의성을 위해 '문화'에 신경을 쓴다. 이 회사는 연초에 전 직원에게 줄 생일 선물을 준비한다. 직원 본인은 물론 부모에 배우자 생일까지 직속 상사가 챙겨준다. 공장 식당에서는 흔히 보는 식판 대신 가정용 주발과 그릇을 쓴다. 마치 자신의 집처럼 편안하고 존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김용식 신도리코 상무는 이 같은 노력을 "3·3·3·1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10의 수익을 거두면 회사 3, 직원 3, 주주 3, 사회 1의 비율로 수익을 분배한다는 뜻이다. "40여 년간 이 원칙을 지킨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직원이 감동하니까요." 신도리코에는 노조가 없고, 창사 뒤 45년간 한 번의 노사 분규도 없었다.

김 상무는 "내부 고객인 직원을 감동시켜 회사에 열광하도록 만들면, 이들이 기업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신도리코의 방침"이라며 "공장 작업 환경에 대한 투자는 회사와 직원을 함께 살리는 투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