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정 삼경정보통신 사장은 "우리나라에서 여성 CEO 하기란 쉽지 않다"며 "하지만 꼭 남성과 똑같이 술을 마셔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혜정(44) 삼경정보통신 사장은 유치원 원장 출신으로 별명이 '떡집 아줌마'다. 다른 회사나 관공서를 찾아갈 때 떡을 몇 말씩 싸들고 가기 때문이다. 그는 "일종의 감성 마케팅"이라며 "일부러 간식 시간에 찾아간다"고 말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삼경정보통신은 무인 우편 창구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 독일·영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무인 우편 창구 시스템은 은행의 현금 인출기처럼 생겼다. 등기우편·소포 등 각종 우편물의 크기와 무게를 식별한 뒤 자동으로 접수해 처리한다. 우편 요금을 계산하고 영수증과 거래내역서를 발급하기 때문에 이용자는 우체국까지 갈 필요가 없다.

이 시스템은 지난 7월 까다롭기로 소문난 도이치포스트(독일의 민영화된 우체국)의 인증을 받은 데 이어, 이달 초 파리에서 열린 국제 우정산업 박람회에서 프랑스·오스트리아·스위스 등의 국가로부터 납품 제안을 받았다. HP·지멘스 등 다국적 기업의 기술협약 제안도 잇따랐다.

무인 우편창구 시스템은 집념의 산물이다. 결혼 후 분식점 등을 운영하며 모은 돈으로 유치원 원장의 꿈을 이뤘던 김 사장은 지난 93년 남편이 삼경정보통신을 세운 지 1년 만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회사를 대신 맡게 됐다. 화학제품 성능 분석 자동화 장비를 만들었던 삼경은 IMF 외환위기를 고비로 분야를 바꿔 지난 98년부터 무인 우편 창구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2000년 드디어 첫 작품을 개발했다. 국내의 우체국·지하철역 등에 운영 중인 137대는 이때 만든 초기 모델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김 사장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독일 시장은 2001년부터 공을 들였다. 프랑크푸르트 등에 16대를 설치하고 시범 운영을 하며 성능 테스트를 받았다. 도이치포스트의 요구 사항은 까다로웠다. 개발비도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들었다. 지난해 8월에는 14년 동안 운영해왔던 유치원마저 정리하고 모든 것을 '올인'한 끝에 도이치포스트의 마음에 꼭 맞는 제품을 만들어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테크노타운에 있는 삼경정보통신 연구소에는 휴일이 없었다. 그는 이달 중에 대당 12만유로(1억5000만원)인 시스템 4대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수십 대를 독일에 납품할 계획이다. 도이치포스트는 앞으로 이 시스템을 최소 1000대 이상 구매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유럽은 내년 우편 시장 개방을 앞두고 서비스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유럽에서도 기준이 까다로운 독일 시장을 선점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지난해(38억원)보다 2배 많은 70억~80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김 사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