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조정을 받는 과정에서 대형주는 약세를 보인 반면, 중소형주는 오히려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가증권시장의 종합주가지수가 조정을 받기 시작한 지난 5일 이후로 대형주는 평균 3.76%(14일 종가 기준) 하락했다. 반면, 중형주는 0.52%, 소형주는 5.70% 올랐다. 이는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큰 폭으로 등락한다는 증권가의 상식과는 크게 다른 현상이다.

◆외국인 매도로 대형주 약세

대형주가 가장 많이 하락한 반면,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데는 외국인 매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외국인들이 보유 중인 주식의 97%가 대형주인 만큼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할 경우 대형주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반대로, 최근 계속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국내 기관들은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과거에는 개인들이 미수금으로 중소형주를 집중 매수했기 때문에 주가 하락기에는 중소형주가 더 많이 빠졌다"고 말한다. 외상으로 주식을 샀을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이 외상값을 채워넣지 못하는 개인투자자가 많았다. 이때 증권사가 이런 투자자의 계좌에 있는 주식을 팔아버리며(이른바 깡통계좌) 추가 폭락을 부채질했었다는 것이다.

최근 대규모로 쏟아져나온 프로그램 매도 물량도 대형주 약세를 이끌었다. 지수와 관련된 대형주라야 프로그램 매매가 가능하므로, 프로그램 매도 때 쏟아져 나오는 주식은 거의가 대형주이다. 증시가 본격적인 하락국면에 들어섰을 땐 중소형주의 하락 폭이 더 크지만, 조정기에선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하락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가가 조정을 받을 때에는 그 동안 많이 상승했던 대형주와 그다지 오르지 못했던 중소형주 간에 갭(차이)을 메우는 과정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최근 증시는 1100대 초반에서 1200대 중반까지 오르내리는 조정기라고 볼 수 있다"며 "이 상황에서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의 강세가 더욱 뚜렷해진다"고 말한다.

◆실적 위주 중소형주만 올라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모든 종목이 일제히 오르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개인투자자보다 기관의 매수가 집중되면서 기업가치와 실적이 좋은 중소형주만 선별돼 오르는 모습이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최근에 IT(정보기술)업종 등 수출 관련 중소형주는 주가 상승에서 소외되는 반면, 바이오·제약·건설주 등 내수 관련 종목의 주가가 강하게 오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삼성증권 홍기석 증권조사팀장은 "일반적으로 기관은 개인 투자자보다 수치(기업 가치 및 실적)에 민감하고 빠르게 움직인다"며 "그러다 보니 그 동안 오르지 못했던 저평가 종목을 발굴하면서 조선, 내수 관련 중소형주 등이 많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중소형주 강세 당분간 이어질듯

외국인의 매도가 계속되는 등 주가가 좀 더 조정을 받을 경우 중소형주의 강세, 대형주의 약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증권 홍춘욱 투자전략 팀장은 "시장이 상승하거나 하락할 때에는 대형주가 소형주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시장이 좀 더 조정을 받게 되면 우량 중소형주의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은 "주가 조정기에는 중소형주가 조금 더 오를 수 있지만 하락 국면에선 중소형주의 하락 탄력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