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외국계 펀드 세무조사 결과가 발표된 29일 서울 강남구 스타타워 빌딩 30층 론스타 사무실 직원들은 문을 잠근 채 외부와 접촉을 끊었다. 론스타에 대한 세금 추징액은 700억~800억원으로, 5개 외국 펀드 전체 추징액 2148억원 중 30%가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 골드만삭스, 웨스트브룩, AIG 등 다른 외국펀드들도 이날 침묵으로 일관했다.
◆론스타 한국대표 전격 사임
국세청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오후 5시 외환은행은 비상임이사인 론스타코리아 스티븐 리(36) 대표가 이사직을 사임했다고 공시했다. 전격 사임 배경에 대해 론스타측은 "개인적 사유"라고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세무조사와 관련된 문책성 또는 검찰 수사에 대비한 목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리 대표는 론스타 본사에서도 서열 순위가 높은 실력자로 한국뿐 아니라 중국·일본 투자를 담당해왔다. 초등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론스타는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지인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다.
◆조세회피 수법 적발
외국 펀드에 대해 국세청은 지난 4월부터 무려 6개월간 세무조사를 벌였다. 탈세혐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세청은 세금추징의 근거로 '이중과세 방지협정을 이용한 조세회피'를 들었다. 론스타의 경우 벨기에에 '스타홀딩스'라는 마케팅서비스업체를 설립한 뒤 이 회사가 100% 출자하는 형식으로 국내에 ㈜스타타워를 설립했다. ㈜스타타워는 2001년 6월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을 6200억원에 인수한 뒤 2004년 12월 싱가포르투자청에 9000억원에 팔아 2800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그러나 '벨기에 기업이 한국에서 한 주식 거래는 한국측이 과세하지 못한다'는 한국·벨기에 간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라 세금을 거의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론스타가 벨기에에 세운 회사는 조세회피를 위한 껍데기뿐인 회사고, 미국 본사가 스타타워 빌딩 인수와 매각에 직접 개입했다는 것이 확인돼 과세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미은행 지분을 씨티그룹에 팔아 6900여억원의 차익을 챙긴 미국계 칼라일은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칼라일은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한국 내 자회사인 칼라일코리아가 사용할 자금을 해외 자회사에서 높은 금리로 빌린 뒤 이자 지급 방식으로 국내 소득을 해외로 내보낸 혐의를 받고있다.
◆법적 분쟁 가능성
금융권에선 론스타가 이미 한국의 대형 법무법인과 협의를 마치고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일 것으로 보고 있다. 론스타를 잘 아는 한 금융인은 "론스타는 스타타워를 거래할 때 충분한 법률적 검토를 했다"며 "이번 과세는 해석의 논란이 있기 때문에 론스타가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고발시 저항 클 듯
이번 외국 펀드 세무조사는 강도 높게 진행됐고 외국 펀드들의 저항도 심했다. 일부 외국펀드는 컴퓨터 파일 등을 삭제하거나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장부 은닉 등에 대해서는 검찰에 고발해 벌금형이라도 받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자본들은 이번 조사가 한국 정부의 '외국자본 길들이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인식하고 있어 검찰 고발 등이 이뤄질 경우 반발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