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에 사는 회사원 황모(39)씨는 주택담보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최근 거래 보험사를 방문했다.
지난해 시세 2억2000만원짜리 39평 빌라를 담보로 보험사에서 1억1000만원을 빌렸는데, 최근 집값이 많이 오른 만큼 더 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그는 "대부업체에서 고리로 돈을 빌렸는데 빨리 정리하고 싶다"면서 "정부가 주택대출 한도를 줄인다고 해서 마음이 급하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집값 안정 대책의 하나로 주택담보대출 규제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발표에 앞서 미리 대출을 받아 두려는 가수요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이 은행에 비해 높은 저축은행, 단위농협 등 제2금융권에 추가 대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소재의 A저축은행의 경우 후순위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4월 1502억원, 5월 1551억원 늘어난 데 이어 이달 28일까지 1613억원 늘어났다.
한국저축은행 금융부 임형일씨는 "집값이 오른 만큼 추가 대출을 할 수 없는지 문의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후순위 담보대출 금리가 연 13%에 이르지만 대출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그중에는 지금이 부동산 투기의 호기라고 판단, 한푼이라도 대출을 더 받아 추가 부동산 투자에 나서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수도권에 사는 은퇴생활자 이모(62)씨는 "올 들어 집값이 한꺼번에 3억원이나 올랐다"면서 "값비싼 집을 그냥 놀리느니 은행에서 집을 담보로 3억원 정도 대출받아서 임대료가 나오는 상가를 사볼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7개 시중은행(국민, 하나, 우리, 조흥, 신한, 기업, SC제일)의 주택담보대출은 6월 들어 28일까지 지난달보다 1조666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5월 한 달간의 증가액(1조6059억원)에 비해 603억원 늘어난 것이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규제 방침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전혀 먹히고 있지 않은 것이다.
현재 금감원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을 투기지역의 경우 시가의 40%로 제한하고 있으며, 저축은행, 단위농협에 대해서는 70~80%까지 인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그러나 이들 제2금융권의 주택담보 인정비율을 낮추는 것을 검토 중이다. 또 특정 지역이나 다주택자에 대해 담보 인정비율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양천식 금감위 부위원장은 28일 "오는 8월에 나올 정부 종합부동산대책 발표 전이라도 (주택담보대출에) 불합리한 부분들이 있다면 일부 대책을 시행하는 방법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발맞춰 일부 은행도 다(多)주택자에 대한 벌칙금리 부과제도를 도입하는 등 주택담보대출 고삐를 조이고 나섰다. 그러나 투기 심리가 워낙 뿌리 깊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