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하반기 이후 초강세를 보여 왔던 조선주 주가가 주춤거리고 있다. 조선업종의 가장 중요한 가격지표인 세계 신조선가(新造船價)가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20일 유가증권시장의 조선주들은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세계 1위의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이 2.4% 떨어졌고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도 각각 3% 넘게 하락했다. 현대미포조선과 삼성중공업 역시 하락세로 마감했다. 조선주가 동시에 하락한 것은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리서치의 발표 때문이었다.

클락슨에 따르면, 2003년 1월 이후 주간 단위로는 단 한 차례도 떨어진 적이 없는 전 세계 신조선 가격이 6월 둘째주 하락세로 반전한 데 이어 6월 셋째주에도 전주 대비로 하락하는 등 2주 연속 약세를 보였다. 조선주 주가는 첫 발표가 나온 지난 14일 5~11%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약세를 보였다. 2003년 1월 이후 국내 조선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외국인들도 지난주 대우조선해양 249억원, 현대미포조선 177억원어치를 파는 등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신조선가가 조선주 주가에 이처럼 영향이 큰 것은, 이 지수가 반도체업종에 있어 D램 가격에 견줄 만큼 중요한 미래 수익성 지표이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주들은 이 지표가 지속적인 상승세로 돌아서기 직전인 2002년 9월부터 반등하기 시작, 올 들어 잇따라 신고가를 경신하는 강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수주와 건조에 2~3년이 걸리는 조선업종의 특성상,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신조선가격 하락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점치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조선업종 전문가들도 비관론과 낙관론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동양종금증권 최영철 연구원은 "중국이 철광석 수입 허가제를 도입하고 세계 원유 증산이 한계에 이르면서 해운 운임이 하락하고 있고, 유로화 약세로 유럽 선사들이 체감하는 선가도 올라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리스크가 커졌다"고 말했다. 한화증권 고민제 연구원도 "해운 경기가 조정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고 조선 수주량과 선가도 떨어져 조선업의 중장기 호황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래에셋 남권오 연구원은 "수주 잔량이 3년치가 넘는 만큼 조선사들의 실적이 2005년부터 개선되기 시작, 2008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래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신조선가가 하락한다 해도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연구원은 "하반기에 엑슨모빌과 카타르가 대규모 LNG선 발주를 계획 중인데 LNG선 등 고수익 선박부문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한 국내사들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 대형 '수주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