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가 영세하고 수명이 짧은 펀드들이 난립하는 한국 펀드업계의 후진성은 결국 투자자의 피해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이 몇 차례 펀드 대형화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문제의식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펀드시장의 후진성은 여전히 고질병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펀드업계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 국내 자산운용회사들은 선진국처럼 한 번 펀드를 내놓으면 책임지고 관리하면서 운용실적(track record)을 쌓아가기보다, 투자자의 눈을 끄는 신상품을 내놓는 손쉬운 길을 간다는 지적이다. 또 은행과 증권사 간에 판매경쟁이 벌어져 한 상품이 좀 인기를 끌면 비슷비슷한 펀드를 쏟아낸다. 예컨대 고수익을 내세운 부동산펀드가 작년 말부터 인기를 끌자, 순식간에 40여개 펀드가 새로 생기며 6개월도 안 돼 2조원의 시중 자금이 몰렸다. 또 가정의 달인 5월이 되면 '아이사랑 펀드' '가족사랑 펀드' '참스승 적립식펀드' 등 가족을 내세운 펀드 수십 개가 급조돼 판매되는 것도 한국에만 있는 일이다.

영세 펀드 난립에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투자자 스스로 조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선 펀드에 가입하려는 투자자라면, 판매사(은행·증권사)보다 운용사를 잘 살펴봐야 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자산운용협회(www.amak.or.kr)나 펀드평가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펀드를 운용할 회사의 전문인력과 경영상태를 따져보라"고 말했다. 2~3년간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운용자산도 수백억원 이상에서 큰 변동이 없는가 봐야 한다. 업계 하위권이라면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

특히 부동산펀드나 선박펀드 등 이른바 '실물(實物)펀드'들은 투자 레코드(실적)가 거의 없는 새로운 유형의 펀드 상품이다. 그만큼 시장의 검증을 충분히 받지 않았다는 얘기이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 대우증권 유상철 부장은 "판매사가 과거 팔았던 부동산 펀드들이 제대로 배당을 하고 있는지를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펀드라면, 상가나 근린생활 시설보다는 아파트에, 지방보다는 서울·수도권에 투자하는 펀드가 비교적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여러 회사 상품의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해 보는 것은 기본이다.

이미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수시 환매가 가능한 개방형 펀드의 경우, 판매사와 운용사 홈페이지를 통해 운용내역을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또 은행이나 증권사 판매 직원에게 궁금한 점을 수시로 묻고 따져야 한다. 수익률이 나쁘다고 단기간에 환매하는 건 좋지 않다. 기간에 따라서 수익의 60~70%를 토해내야 한다. 단, 가입한 상품의 수익률이 업계내 하위 20%내라면 환매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3~4년간 중도 환매가 안되는 폐쇄형 펀드 가입자는 사실 별다른 선택이 없다. 상장이 된다 하더라도 거래가 거의 없어 손해를 보고 헐값에 팔아야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