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펀드 출시 경쟁이 과열화되면서 유사한 펀드 상품들이 급조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영세 펀드'들의 난립으로 펀드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자산운용협회와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최근 1년 간 새로 출시된 펀드 상품만 무려 2979개. 작년 5월 이후 매일 8개씩의 펀드가 만들어진 셈이다. 펀드 양산(量産) 현상은 올 들어 더욱 심해져 최근 석달간 1527개의 펀드가 새로 나왔다. 하루에 평균 17개, 1시간20분마다 1개의 펀드가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했다는 얘기다.
미국 등 펀드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극히 기형적인 현상이다. 선진국에선 펀드 하나를 만들면 수십년간 운용하고 신상품 출시도 거의 없다.
특히 펀드 수만 보면 세계 4위의 '펀드 대국(大國)'인 우리나라는 펀드당 평균 운용자산 규모(267억원)로 따지면 39개국 중 33위로 밀려난다. 1위인 미국의 1조78억원과 비교하면 40분의 1에 불과하다.
운용 방식과 기간도 문제다. 미국의 최대 펀드인 '뱅가드500인덱스 펀드'는 76년에 출시돼 현재 단일 펀드로 79조2800억원의 수탁고를 기록 중이다. 반면 국내 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장기 투자를 한다는 미래에셋의 '3억만들기 좋은기업주식 K- 1'은 출시된 지 1년5개월밖에 안됐고 규모도 4498억원에 불과하다.
이처럼 투자실적 3~4년 미만의 영세·단기운용 펀드가 난립하는 데 따른 가장 큰 문제점은 투자자가 펀드 상품의 장단점을 정확히 평가·비교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관리 소홀로 당초 기대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고, 펀드 관리 비용이 늘어나 투자자들의 부담이 늘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천편일률적인 상품들이 쏟아지다 보니 소비자가 선택하기 어렵고, 운용사 입장에서도 펀드 규모가 작아지고 숫자는 많아져 위험 관리를 위한 분산 투자나 집중 관리가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급조된 펀드 상품이 봇물을 이루면서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 유력 증권사가 올 초에 판매한 '부동산경매펀드'는 단번에 1500억여원을 끌어모았지만, 정작 제대로 된 경매물건을 확보하지 못해 몇 달째 고전하고 있다. 또 지난 4월 한 자산운용사가 판매한 부동산 펀드의 경우도 투자 대상을 물색해 놓지도 않고 무턱대고 817억원어치의 펀드를 팔았다가 결국 원금에 위약금을 얹어 투자자들에게 환매해주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