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의 외국자본 규제 논란을 빚었던 리딩투자증권의 브릿지증권 인수·합병(M&A)이 무산됐다. 금융감독위원회는 27일 "리딩투자증권의 브릿지증권에 대한 출자 및 합병예비인가 신청을 검토한 결과 합병을 승인하지 않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 금융회사의 합병이 불허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위는 "리딩투자증권이 브릿지증권을 합병한 후 영업을 확대해 대규모 흑자로 전환시키겠다는 사업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불허 이유를 밝혔다.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인 영국계 투자회사 BIH는 국내 소형 증권사인 리딩투자증권에 브릿지증권을 1310억원에 매각하면서 투자금(2000여억원)을 회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이 무산됨에 따라 또다시 영국계 자본의 반발이 예상된다.
금감위가 설명한 구체적인 불허 이유는 지난 3년간 두 회사의 적자를 합치면 584억원이나 되고 리딩투자증권의 브릿지증권 주식 매수대금은 브릿지증권의 자산을 팔아 대부분 조달하므로 합병이 돼도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어렵다는 것이다.
합병불허 결정에 대해 금감위는 "외국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문제는 이번 합병 심사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합병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주로 고려했다"며 "외국 투자자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일관되게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국내·외 자본 구분 없이 공평하게 법규를 적용한다는 정부의 기본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와 브릿지증권노조는 "BIH가 브릿지증권에서 수년간 투자수익을 챙긴 뒤 껍데기만 남자 막판 손털기에 나선 것"이라고 비판했고, BIH측은 "외국인 투자자에 비판적인 일부 언론과 노조가 브릿지증권 매각을 방해하고 한국정부는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반발해왔다. 이날 합병불허 결정에 대한 외국자본의 대응을 의식한 듯, 금융감독원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별도의 기자회견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