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경기가 어렵다 해도 사정이 좋은 기업은 많이 있다. 기업 활동의 결론인 순이익이 1조원 이상 되는 국내 기업이 10개가 넘고, 순이익 1조원을 바라보는 예비스타기업들도 수두룩하다. 부채비율이 100%도 안 되고 쌓아놓은 현금을 사용할 곳이 없어 고민하는 기업도 많다. IMF 외환 위기가 불과 7~8년 전인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우량 기업들이 생기게 된 배경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경제 위기에서 살아남아, 정보통신혁명의 물결을 타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 혜택을 입은 기업들'이다.
첫째, 경제 위기에서 살아남은 것 자체가 재무구조를 좋게 변모시켰다. 다른 기업이 퇴출되는 반사이익을 보기도 하고, 인수·합병(M&A)이나 '선택과 집중' 전략도 채택했다. 그러나 이 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血稅)가 적잖이 투입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평생직장을 떠나야 했다.
둘째, 정보통신혁명의 물결을 제대로 활용한 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물론 벤처 열풍을 타고 많은 기업이 등장했다가 속절없이 사라졌지만, 남은 기업은 대형화, 우량화의 길을 걷고 있다.
셋째,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많았다. 기술개발, 품질개선, 브랜드 마케팅, 시장개척, 해외 직접투자 등이 그것이다.
넷째, 90년대 중반 이후 자칫 과잉투자 비판 대상으로 낙인찍힐 뻔하던 몇몇 산업들이 중국 경제의 성장 덕분에 급속히 좋아졌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몇 년간 계속될 것이다.
속사정이 이렇다면 위의 표현은 조금 바꿔야 한다. 우량 기업이 생긴 이유는 '구조조정 이후에, 국민 경제의 지원을 받으면서 기업가 정신으로 재무장하여, 글로벌화를 추진했더니, 운세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기업이 잘한 것은 절반이고, 남의 덕과 운세가 나머지다. 여기서 앞으로 이런 우량기업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과제가 자연스레 도출된다. 기업은 기업가 정신을 더욱 발휘하여 국민 경제의 지속 성장을 앞에서 이끌어야 한다.
지배구조가 지금보다 개선되어야 하고 의사결정은 철저히 글로벌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 당국은 산업인력의 고령화와 고실업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10년 앞을 내다보는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 경제 저성장 국면에 대비하여 교역 대상의 다각화도 요청된다.
끝으로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세계 수준의 금융 산업과 물류 산업을 육성하여 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삼기 위한 실질적인 환경 조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조홍래 동원증권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