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에 사는 박모(45)씨는 대기업 중견간부로 연소득이 7000만원 가량 된다. 박씨는 7년 전 구입한 30평대 아파트(시가 4억5000만원)에 살고 있는데, 자녀들이 커가면서 방 하나가 더 있는 넓은 평수 아파트로 이사하는 걸 최우선 목표로 생각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올라가고 있다는 소식에 박씨는 지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현재 금융자산 1억5000만원 정도와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시가를 감안하면, 염두에 두고 있는 대형 평수 아파트를 구입하기엔 3억원 정도의 자금이 부족하다.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대출을 받아 큰 평수로 이사가야 하는지, 아니면 좀더 기다린 후 실행에 옮기는 게 나을지 문의해왔다.



■거액 대출받아 이사가기는 무리

박씨는 전형적인 실수요자에 해당한다. 중·대형 평수로 이사를 가려고 계획하고 있는데 여윳돈이 부족한 실정. 그런데 때마침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아파트 가격이 오르고 있어 투자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의 시장 상황은 실수요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녹록지 않다. 우선 내수 회복에 대한 전망이 확산되면서 시장금리가 올라갈 채비를 하고 있다. 대출 금리도 종전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 무리한 대출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일 박씨가 지금 3억원을 대출 받는다고 하면 원리금 상환액은 매월 244만원(3개월 CD연동 5.42% 적용, 15년 상환)으로 이는 월 소득의 40%가 넘는 금액에 해당한다. 월 소득의 30%가 넘는 상환액은 가계수지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금리가 올라가면 월 상환액은 더 커진다. 대출 기간을 더 늘리면 상환금액은 다소 줄어들겠지만 박씨의 나이를 고려할 때 대출 기간을 무조건 길게 하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보다는 앞으로 잘 갚아 나갈 수 있을지를 더 중요하게 따져봐야 한다.

또 최근 부동산 가격의 상승 조짐은 정부가 부동산 안정대책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게 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가 정부 정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장상황이 급변하는 시점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이사한다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따라서 집값이 다시 오를지 모른다는 다급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무리한 시도보다는 최대한 자기 자금 확보를 하고 시장상황을 지켜보면서 올해 하반기 정도에 기회를 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여겨진다.



■수익성보다 안전성이 더 중요

올 하반기나 연말께 이사할 것을 대비한다면 박씨의 여유자금 운용도 이를 감안해 진행돼야 한다.

올해 재테크에선 시중 금리와 주가가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금리 상승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채권 투자보다는 주식 관련 투자가 유망하다. 하지만 박씨의 경우는 이사할 때 쓸 돈이라는 자금의 성격상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엔 적절치 않다.

결국 박씨는 시장 전망은 주식 쪽이 유망하지만 보다 안전한 쪽에서 투자대상을 골라야 한다. 이때는 머니마켓펀드(MMF)나 단기특정금전신탁과 같이 시중금리 상승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채권투자 상품이나 골드지수·주가지수연동예금과 같이 원금보장이 가능한 상품이 적합하다. 또 금리상승에 맞춰 시판이 예상되는 고금리 특판예금도 관심 대상이다.

비상 예비자금 용도로 이용되는 MMF의 경우, 시가로 평가하는 다른 채권펀드들과는 달리 장부가 평가 상품이어서 시중금리가 많이 급등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아니라면 수익률이 크게 영향받지 않는다.

우량기업체가 발행하는 CP(기업어음)에 투자하는 단기특정금전신탁은 매입한 채권을 만기(3~6개월)까지 보유하므로 시중금리 변동과 관계없이 사실상 투자시점에서 수익이 확정된다. 따라서 투자자는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금이나 주가지수 변동에 따라 이자가 결정되는 지수연동예금은 대개 6개월이나 1년제로 운영되며 최악의 경우에도 원금손실은 피해갈 수 있다. 다만, 원금 보장은 만기까지 보유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고금리 특판예금도 심심찮게 판매되고 있어 이를 활용하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신한Private Bank 자문그룹(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 한상언 재테크팀장, 이승호 상품기획팀장, 유병창 세무사))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는 금리 상승 위험을 대출자가 부담해야 하므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조선일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