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fund) 투자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저금리 하에 은행권에서 이탈한 자금이 직접적인 주식 투자보다는 주식·채권 혼합형 간접투자 상품인 적립식 펀드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작년 한 해 적립식 펀드 가입자는 신규 가입 및 기존 펀드 전환자를 합쳐 200만 계좌 가까이 급증, 5가구당 1계좌꼴로 늘어나면서 대중화 시대를 맞고 있다.
펀드 붐은 지난 99년 '바이코리아'로 상징되는 주식형 펀드 붐에 이어 두 번째인 셈. 1차 펀드 붐 때는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펀드란 개념 자체가 생소한 상황에서 일부 증권사의 밀어붙이기식 판매 전략 속에 '묻지마 투자'가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번 펀드 붐은 한 번 실패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비교적 안전한 적립식 펀드 상품을 통해, 장기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작년 말 전체 펀드 설정 잔액은 185조9070억원을 기록, 전년 말보다 무려 40조8700억원이나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금리 하락(채권가격 상승)으로 주로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렸지만 올들어서는 주가 상승으로 주식형 펀드가 큰 인기다.
반면 지난해 은행 수신은 1조원 정도 줄어들었다. 특히 최근 예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1월 말 현재 예금은행의 저축성 예금 잔액은 457조3082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5조7748억원 줄었다고 6일 밝혔다. 이같은 예금이탈 규모는 작년 3월의 12조3684억원 이후 10개월만에 가장 큰 것이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자교육연구소장은 "저금리와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월급쟁이를 중심으로 한 중산층의 자산운용형태에 큰 변화가 시작됐다"라며 "장수의 리스크(돈 없이 오래사는 위험)에 대비해 낮은 이자율을 받는 은행 저축상품 대신 펀드투자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기존 대출 위주의 영업형태에서 벗어나 수수료 수입을 확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펀드 판매에 나서고 있는 점도 펀드 인기몰이의 한 원인이다.
특히 펀드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는 적립식펀드는 설정 잔액이 2003년 말 3500억원에서 작년 말 2조450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입 계좌는 작년에 무려 100만계좌가 증가하면서 총 190만계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적립식펀드란 적금처럼 매달 일정액을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로 장기적으로 보면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국민은행측은 "매달 일정액을 저축하던 샐러리맨 가운데 정기적금을 깨고 적립식 펀드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제로(0)금리에 가까운 보통예금도 마다하지 않던 보수적인 은행 고객들조차 MMF(머니마켓펀드·자유입출금이 가능한 초단기 채권형펀드)로 갈아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펀드 투자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선박펀드(돈을 모아 선박에 투자해 용선료 수입을 배당으로 받는 펀드)나 금펀드(금을 사들이거나 금값 관련 원자재지수에 투자하는 펀드) 등 실물 펀드 판매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가 하면, 선진국은 물론 개발도상국 증권에까지 투자하는 해외펀드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예년과 달리 최근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 펀드 자금이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말에 근로자퇴직연금(기업연금)이 도입될 경우 국내 펀드시장은 한 단계 더 발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연금은 기존의 법정퇴직금 대신 매달 일정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적립할 수 있게 한 것으로, 미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 펀드시장을 급격히 키우는 기폭제가 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