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와 자동차 경주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가 첨단 IT 기술의 경연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기업들은 경기장 곳곳에 브랜드 광고판을 설치하는 소극적 차원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제품과 기술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이며 적극적인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17일 개막한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에서 마리아 샤라포바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대회 후원사인 IBM은 테니스 경기운영에 첨단 IT기술을 대폭 적용했다. AP연합

지난 17일 개막한 호주오픈 테니스대회가 열리고 있는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는 IBM의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IBM은 이 대회의 기술 지원을 맡아 경기장 곳곳에 첨단 시설을 심어놓았다.

각종 통계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주는 경기 업데이트 센터.

IBM은 IT부문 지원을 위해 100여명의 지원 인력을 현지에 파견했다. 이들은 경기장 내부에 60여대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경기 결과는 물론이고, 시합 중인 선수들의 서브 속도, 실수 횟수, 포핸드·백핸드 숫자까지 실시간으로 서비스한다. 관중들은 시속 200㎞를 넘나드는 강서브와 눈 깜박할 사이에 승부가 갈리는 경기 현장을 보다 편안하고 분석적으로 즐길 수 있었다.

IBM은 또, 달리는 택시 안에서 액정화면으로 경기 상황을 볼 수 있는 '터치(TOUCH) 택시' 50대도 선보였다. IBM과 현지 택시회사가 협력해 개발한 이 택시에는 터치 스크린식 모니터가 달려있다.

'터치 택시'에 탑승한 승객이 호주오픈 테니스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승객들은 IBM이 제공하는 무선 데이터 통신을 통해 테니스 경기 관련 영상을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하며 볼 수 있다. 경기 기간 수천명의 승객이 이 택시를 이용했다.
IBM의 릭 싱어(Rick Singer) 스폰서십 마케팅 담당이사는 "인터넷 등 IT 서비스 수요가 폭증하는 스포츠대회는 IT 신기술을 검증하기에 최적의 무대"라며 "여기서 성공한 기술들은 곧 실생활에도 파고들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작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전시 마케팅'을 실시,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높였다. 당시 삼성은 대규모 홍보관을 짓고, 동영상 통화가 가능한 3세대(3G) 휴대폰을 비롯, 신형 단말기 37종을 전시했다. 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조직위에 휴대폰 1만4000여대를 공급했다.

전자태그(RFID) 기술을 이용한 신분증과 인식기.

삼성이 개발한 무선 기술 'WOW(Wireless Olymic Works)'는 경기 결과, 스케줄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했다.

LG전자 역시 스포츠대회를 통해 다양한 IT제품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LG전자 영국법인은 작년 5~6월 F1 자동차 경주대회와 연계해 신제품 프로모션을 벌였다. 그 결과 TV·휴대폰 등의 판매 증가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신장하는 효과를 거둔 바 있다.

IBM 직원이 호주오픈 대회의 전산시스템운영현황을 관람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황상수 삼성전자 홍보팀 스포츠마케팅그룹 상무는 "최근 벌어지는 세계적 스포츠 경기의 스폰서는 대부분 IT기업"이라며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경기 현장에서 첨단 기술과 제품을 선보이면 회사의 브랜드 가치와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멜버른(호주)=백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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