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헌츠만 교수

워싱턴대는 2003년 미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미국 대학 중 가장 많은 1837만달러의 의학·생명공학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워싱턴대 부총장을 지내고 그후 지난해 4월까지 총장을 역임한 리 헌츠만 생명공학과 석좌교수는 "대학의 핵심은 우수한 교수진에 있다"고 단언했다.

1861년 설립된 워싱턴대는 1940년대까지만 해도 그저 그런 지방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 것이 1940년대 말 의대를 설립하면서 바뀌었다. 우수한 교수들이 몰리자 정부의 연구비 지원도 증가했다. 그 덕택에 BT 분야에서 지도적인 위치에 오르게 됐다. 워싱턴대 의대는 그동안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헌츠만 교수는 "세계 각국이 생명공학 산업에서 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가장 좋은 길은 이미 강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T) 혁명을 이끈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가 이미 우수한 연구진과 연구 전통을 갖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샌디에이고·보스턴·샌프란시스코·시애틀 같은 BT 허브(hub) 도시들도 몇 십년간의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는 "대학의 투자는 우수한 교수진을 육성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총장 시절 가장 중점을 둔 분야도 대학의 비전을 제시하는 일과 교수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었다는 것. 워싱턴대에서는 교수가 미 과학재단(NSF)이나 NIH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되면 어떻게든 그 연구가 성공하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일단 성공하고 나면 다음 연구비 지원을 받는 데 수월해지고 점점 더 좋은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수 교수를 육성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은 학제간(學制間) 연구다. 워싱턴대 BT 연구에서 특히 생명공학과의 활약이 눈부시다. 생명공학과는 공대와 의대 양쪽에 소속돼 있는 학제간 연구중심 학과다. 그동안 이 과에서 25개 벤처가 창업했으며 워싱턴대 전체 특허의 4분의 1인 143개의 특허가 나왔다. 현재 이 학과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은 한국인 과학자 김용민 교수다.

헌츠만 교수는 "기술 이전은 납세자의 세금을 받는 대학 연구자들의 의무"라고 강조한다. 그의 남은 과제는 대학과 기업 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일이다. "대학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성과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기업들은 연구성과는 상업화를 위한 첫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차이를 극복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