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기술로 만든 항암제 인터페론은 1g당 5000달러이고 부가가치 비중이 60%인 데 비해, 256KD램 반도체는 1g당 360달러에 부가가치는 3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인 에른스트 영은 2008년 바이오산업시장이 반도체산업의 2.5배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바이오산업을 두고 벌어지는 세계 각국의 경쟁을 살펴보고 우리의 미래 전략을 모색해본다.

미국에는 세계 생명공학(BT)기업의 34%가 집중돼 있다. 이들 기업은 샌디에이고,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생명공학 분야가 발달한 대학의 소재지에서 '바이오밸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애틀 바이오밸리는 유명 사립 대학을 중심으로 발전한 다른 바이오밸리와 다르다. 주(州)정부가 지원하는 워싱턴대를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정부 지원이 절대적인 한국 BT산업의 성장 전략을 모색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시애틀 바이오밸리의 가장 큰 장점은 대학의 기술이 물 흐르듯 자연스레 기업으로 이전된다는 데 있다.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예를 들어 작년 말 서울대 황우석 교수가 특허 신청비를 마련하느라 애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교수의 특허 신청을 지원해야 하는 대학이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싱턴대 교수들은 걱정이 없다. 특허 신청, 기술 이전, 상품화를 책임지는 이중 삼중의 조직이 알아서 다 해주기 때문이다.

미국 생명공학산업의 메카로 떠오른 워싱턴 대학의 전경.

가장 대표적인 조직은 '워싱턴대 기술이전센터(UW TechTransfer)'. 그동안 워싱턴대에서 개발된 신기술로 185개 기업을 만들었다. 이들 기업은 2002년 3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9200명을 고용하고 있다.

제임스 시버슨 기술이전센터 부소장은 "기술이전센터는 기업과 교수들이라는 두 문화 사이에서 통역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신기술 공개를 꺼리는 기업들과 연구 성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고자 하는 대학 교수들이 직접 만나서는 아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

워싱턴대가 원래부터 기술 이전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주정부가 연구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당연히 특허권은 정부 소유가 됐으며, 교수가 기업을 세우거나 기업을 위한 연구를 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1983년 밥 돌 상원 의원(당시)이 정부의 지원을 받는 대학도 특허권을 소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면서 반전됐다.

'워싱턴연구재단(WRF)'은 워싱턴대 기술이전조직이 발전한 경우지만 자체 투자를 한다는 점에서 대학 기술이전센터와는 차이가 난다. WRF는 워싱턴대의 신기술을 기업에 판매해 특허업무 대행비를 제외한 수익금의 60%를 대학에 주고, 나머지 40%를 갖는다.

로널드 하웰 WRF 대표이사는 "돌 상원 의원의 법안이 나오기 전에는 대학 연구재단에 돌아오는 수익 40% 중 35%는 세금으로 내고, 5%는 기부해야 했기 때문에 자체 사업을 벌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입법 이후 세금이 면제돼 연구재단이 자체 투자를 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WRF가 대학에 기부하는 금액이 1988년 66만달러에서 1999년 1000만달러로 늘어났다.

최근 워싱턴대 기술이전센터도 자체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시버슨 부소장은 "기초 연구에는 정부 연구비가 지원되지만 개발된 기술을 기반으로 시제품을 만들거나 상업성을 타진하는 데는 별다른 지원이 없다"며 "그 공백을 센터가 맡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외부의 벤처캐피털들도 기술 이전과 개발의 한 축(軸)을 담당하고 있다. 대표적 예가 '소모기벤처'다. 이 회사 대표인 크리스토퍼 소모기는 "우리는 단순히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신기술을 판매 가능한 형태로 개발해 가치를 더욱 높인다"고 말했다. 소모기의 자체 연구인력은 신기술에 대한 기술개발 계획을 만들어 대기업에 구매 의사를 타진한다. 대기업이 승낙하면 자체 자금으로 이 기술을 판매 가능한 형태로 개발한다. 소모기는 현재 생체조직공학과 치공학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기술 이전이 되면 대학 교수들은 해당 기업의 기술 자문을 맡게 된다. 시애틀 바이오밸리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한국에선 대학 교수가 벤처 CEO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자 거의 모두 "왜 과학자가 CEO와 같은 골치 아픈 일을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웰 WRF 대표는 "투자한 회사들의 CEO 대부분은 연구자가 아니다"라며 "CEO는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투자회사와 연구자가 사외이사회에 들어가 기업의 역량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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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산업에 미래 달렸다] ① 기술이전 인프라가 힘]

[▶ [바이오산업에 미래 달렸다] ② 국경 없는 바이오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