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13일 "한국의 재벌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처하기 위해 결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재벌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비정통적인 방법을 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영권 방어를 위한 시도라는 공격을 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같은 날 SK㈜의 2대 주주인 소버린자산운용도 보도자료를 발표, "최근 대형 (외국)투자자들이 SK㈜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은 SK㈜ 경영진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의지를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경영권 위기를 맞고 있는 SK㈜의 지분을 인수, 우호세력으로 나선 것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기업 지분을 집중 매도하는 등 '한국자본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SK지분 매입 이후 지난 8~13일 외국인들의 '팔자'주문으로 주가가 4.17%(1만7500원) 급락했다. 13일에는 장중 한때 39만9000원까지 급락, 올해 최저 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8~10일 1174억원을 동원, 사모펀드를 통해 경영권 위기를 맞은 SK㈜의 지분 180만주(1.39%)를 매입한데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이 신문은 "삼성이 외부 (사모)펀드를 통해 SK㈜의 지분을 매입한 것은 (외국인 투자자들로부터) 재벌들의
◆해외자본과 국내자본의 대립
외국인들의 국내기업 지분 매도는 국내 기업들이 협력해 SK㈜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고 나선데 따른 '후폭풍' 양상을 띠고 있다. 최근 SK㈜ 지분 매입에는 삼성전자 외에 석유화학업체인 한국포리올도 가세, 지난 10일 SK㈜ 주식 46만주를 300억원에 사들이기로 결정했다. 또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앤큐리텔은 지난 2일 1000억원을 들여 SK㈜ 주식의 1.12%인 144만3000주를 사들이기로 결의했다.
이들 기업이 상호 지분투자에 나선 것은 최근 공정거래법안 개정으로 적대적 M&A 방어가 힘들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계열사 간의 '출자총액규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축소하는 내용을 신설, 기업들이 계열사를 통해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단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나 사업투자 목적의 기업 행위에 대해 외국자본들이 과도하게 간섭한다며 부정적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당장 주식매도로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자들은 1조411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13일 하루에만 삼성전자와 SK㈜의 외국인 매도물량은 각각 796억원과 410억원으로 하루전체 매도금액(2626억원)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9일 60.13%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13일 53.68%로 낮아졌다. SK㈜의 외국인 지분도 지난달 16일 61.85%에서 현재 58.19%로 떨어졌다.
한 외국계 투자자는 "삼성전자가 SK㈜를 매입하는 등 한국 대기업 간에 상호 출자를 한다는 소문이 이달 초부터 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세력간 대결의 향후 전망은?
이에 대해 SK(주)의 지분을 매입한 대기업들은 지분매입이 적대적 M&A에 대한 공동방어가 아니라 긴밀한 영업관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우식(朱尤湜) 전무는 "8조~9조원의 여유자금을 효율적으로 굴리고, 영업관계가 돈독한 기업에 투자를 한 것이지 백기사(적대적 M&A 방어를 위한 우호세력)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팬택앤큐리텔도 "SK텔레콤이 휴대폰 사업의 주거래업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해외자본은 국내 재벌들이 외국인 자본에 대항해 공동전선을 구축한다는 판단 아래 지분 매도 등 압박을 강화할 태세다. 조홍래(趙洪來) 동원증권 부사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가 업종이 전혀 다른 SK㈜에 투자한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한다"며, "외국인들이 지분매도 대상기업을 확대해 주식시장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인권(李寅權) 박사는 "이번 사태는 외국인들의 투자는 자유화된 반면 국내 기업들은 출자총액제한과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으로 경영권 방어 측면에서 열세에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경영권 공격과 방어에 균형을 맞춰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