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투자대상을 한국 증시에서 대만 증시로 대거 옮기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만증시는 IT(정보기술)주의 높은 비중, 지정학적 리스크 등 한국과 비슷한 면이 많아 외국인들의 투자 대안(代案)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한국 증시는 외국인 순매수에서 올해 계속 대만에 우위를 보이다 10월 이후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월 첫째 주에도 외국인들은 대만에서 1조5636억원을 순수하게 사들인 반면 국내 거래소 시장에서는 879억원의 순매수에 그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의 대만 사들이기는 MSCI(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신흥시장 지수의 시가총액 비중 상향과 직결돼 있다는 분석이다. 이 지표는 해외의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할 때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 MSCI신흥시장 지수에서 대만 증시는 각종 규제 때문에 시가총액의 55%만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5월이면 시가총액의 100%를 반영하도록 일정이 잡혀 있다. 즉 해외투자자들이 대만 증시의 비중을 더 높이게 된다.

대우증권 김성주 연구원은 "내년 5월 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대만 증시 비중이 높아지면 신흥시장 투자 대상국 중 1위 자리가 한국에서 대만으로 바뀔 것"이라며 "대만에 투자하려는 외국인들의 탈(脫)한국 행렬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한국 주식 매도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와 다른 분석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 중 한국시장에서 주식을 파는 투자자와 대만시장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지난 3월 대만 독립론자인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의 재선으로 급격히 빠져나갔던 외국 자본들이 돌아오는 것도 최근 매수세의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을 '셀 코리아(한국 주식 팔아치우기)'로 보기에는 성급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매매 성향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끝난 다음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실장은 "최근 대만증시의 외국인 순매수분의 절반 가량이 반도체 업체 TSMC에 집중돼 있다"며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운 투자자들이 사들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두 종목 모두 시가총액 1위인만큼 'IT종목 내 비중 조절'이 '국가간 비중 조절'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흥시장 전체에 대한 해외 자본(뮤추얼 펀드)의 유입 여부가 한국·대만 모두에 중요한 관건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정호 실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대만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에서 일제히 주식을 팔기 시작할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