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독일 BMW가 사상 처음으로 메르세데스 벤츠를 앞질렀다. BMW는 2000년부터 미국 시장에서 벤츠를 제친 이후 2002년에는 아시아 시장마저 석권했다. 마침내 올해 상반기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벤츠를 확실하게 넘어섰다. 난공불락처럼 보이던 벤츠 왕국을 무너뜨린 원동력은 바로 '유연성'이다. 예컨대 국내에 팔리는 BMW 최고급 모델인 7시리즈를 타면 각종 운행 정보가 모두 한글로 표시된다. BMW는 한국에 판매할 차를 개발할 때부터 한국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한다. 작은 시장에도 정성을 쏟는다. 고작 1년에 1000대 팔리던 시절, 인천에 1만대 규모의 자동차 물류 센터 건설을 결정한 것도 좋은 예다. 헬무트 판케 BMW 회장은 최근 파리에서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소비자를 어려워할 줄 아는 겸손함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시장에 내년쯤 소형차인 미니(쿠퍼)를 선보이고, 1시리즈도 2~3년 안에 한국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며 "오는 2008년쯤에는 한국 시장에 연간 1만대를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판케 회장은 최근 고유가 사태와 관련, "유가가 단기적으로 불안하지만 안정을 찾을 것"이라며 "BMW는 수소로 움직이는 하이드로겐 자동차를 오는 2007년부터 시판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판메 회장은 핵 물리학을 전공, 뮌헨대학 물리학 교수 출신이다. 그러나 교수 생활에 싫증을 느껴 세계적인 컨설팅사인 맥킨지에서 수석 컨설턴트로 자리를 옮겼다. BMW를 컨설팅하던 중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아 BMW 그룹 기획 및 리서치 책임자로 스카웃됐다. 서울을 방문할 때면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 약재를 지어가기도 한다.
―유가상승으로 제2의 오일 쇼크가 우려된다.
"유가가 단기적으로 불안하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을 찾을 것이다. 지금의 유가 불안은 투기적인 요소와 전쟁, 테러 등 외부적인 요인에 기인한 것이며,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미래 자동차는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도요타와 혼다는 휘발유 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동력으로 쓰는 하이브리드카를 테마로 잡고 있다. 미국 GM과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수소전지(FUEL CELL) 자동차를 준비 중이다. 우리는 수소를 내연기관에서 폭발시켜 힘을 얻는 하이드로겐 자동차의 개발을 완료했다. 이 차는 공해가 전혀 없으면서 휘발유 차량과 똑같은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다. 또 기존 주유소를 약간 개조하면 수소를 판매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폭발하기 쉬운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문제도 해결됐다. 오는 2007년부터 수소를 쓰는 7시리즈를 시판할 계획이다."
―경영 철학이 있다면?
"소크라테스식 문답 방식이다. CEO는 매니저들과 끊임없이 질문을 주고받고 토론해야 한다. 토론이 활성화하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아주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생각하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해답을 찾게 되고, 남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