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군 차장

하나은행 서울 화양동 지점 황재군(45) 차장은 전직 축구 선수다. 하나은행과 통합되기 전 서울은행 축구팀에서 링커로 활약했던 것. 하지만 지금 그의 무대는 일선 영업 현장, 이번엔 '이색 마케팅'으로 발군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올 2월부터 주말마다 맞춘 떡을 차에 싣고 경기 하남시, 덕소 일대의 부동산중개업소를 돌고 있다. 부동산담보 대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이 나들이에는 그의 아내와 11살 난 딸이 동행하기도 한다.

"영업은 사람을 사귀는 일입니다. 처음부터 '물건 달라'고 하면 그건 빵점입니다. 아이와 함께 동네 나들이 가듯 들르면 '그놈 참 예쁘다'는 말도 나오고 분위기도 자연스럽습니다. 3~4번쯤 떡 들고 가서 스스럼없는 관계가 되면 영업은 쉽게 풀립니다." 그는 이 '떡 마케팅'으로 올 들어 100억원의 부동산담보대출을 확보했다.

영업 실적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는 화양동 관내를 벗어나 수도권 내 지점이 없는 지역으로 영업망을 넓힌 것도 그만의 독특한 아이디어. 황 차장은 "적극적으로 보면 길은 많다"고 말했다.

4년 전 부임한 화양동 지점에서는 '1만원 통장'으로 시장을 뚫었다.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1만원이 예금된 통장을 나눠주고, 하루하루 번 돈을 은행에 입금하는 일을 도맡아 해주면서 탄탄한 고객 기반을 확보했다. 올해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판 방카슈랑스 보험상품도 2억5000만원어치나 된다. 그의 '이색 마케팅'은 은행원이 세일즈맨으로 변신하는 시대적 추세와 맞아떨어져 행내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올 들어 일선 지점장·직원부터 본점 본부장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사람들이 그의 '영업학' 강의를 들었다.

"은행이 기업이 됐으니까 은행원도 변해야죠. 남들은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걸, 한발 앞서 실행에 옮기는 게 제 비법이라면 비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