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체감경기와 달리 바닥을 지난 것으로 본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좋은 펀더멘털(기초 여건)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주가는 여전히 미국 경제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97년 IMF외환위기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 유명세를 탔던 도이치증권 스티브 마빈(Steve Marvin) 상무는 본지와 가진 단독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그동안의 비관론에서 벗어나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지난 99년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건너가 4년 동안 헤지펀드매니저로 변신했던 마빈은 "한국 경제가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주가도 이런 회복세를 반영하겠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증시 외면 때문에 그 폭은 10%선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마빈은 한국 경제가 지나치게 높은 해외의존도와 기업투명성 부족이라는 문제점을 여전히 안고 있다는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과거 한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보고서를 냈었는데, 현재 한국 경제가 그때와 완전히 달라졌다고 보나?
"그때도 비관적으로만 본 것은 아니었다. 한국을 떠나 일본에서 4년동안 헤지펀드를 운용하면서 한국 경제의 긍정적인 측면을 더많이 보게됐다. 한국의 경우 소비와 투자 관련 지표들이 최근 2~3개월 사이에 일제히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다. 회복세가 점진적이고(gradual), 미약하지만(fragile)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분명히 좋은 흐름을 타고 있다."
─미국 경제는 어떻게 보는가.
"미국 정부가 2001년 9·11테러 사태 이후 금융과 재정정책을 총동원해 경기를 띄워왔는데, 지난번 금리인상은 그런 경기부양 국면이 끝났다는 시그널이다. 이제는 미국 소비자들이 실제로 소득을 늘려야하는 단계인데 그렇게 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 향후 국내 주가 전망은?
"최근의 경기 회복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주식을 사기는 힘들 것 같다. 결국 앞으로도 상당 기간 외국인투자자들이 사야만 주가가 오를 것이다. 외국인들은 경기나 기업실적보다 상대적 주가수준에 근거한 투자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식을 좀더 살 것으로 본다. 지금 상황에서 10% 정도 주가가 더 오를 여지는 남아있다고 본다."
―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에 대한 시각은?
"최근 2~3개월 사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장기투자자금 중 일부가 한국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5월 이후 이어졌던 달러화 약세가 미국의 금리인상을 계기로 강세로 돌아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핫머니(단기투기자금)와 성격이 다른 밸류머니(가치투자자금)가 많은 미국 자금의 특성을 고려하면 향후 한국의 주가 변동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 증시에서 기업들이 제평가를 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은 무엇보다 기업의 투명성 부족 때문이다. 삼성, LG, 현대차 등 한국의 대표적인 그룹들도 해외법인까지 아우르는 연결재무제표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유수한 대기업들도 불충분한 정보 때문에 단기적인 매매(trading)대상으로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인 투자대상으로 추천하기엔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