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한국원자력연구소가 농축 우라늄 0.2g을 만들어낸 데 대해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9일에는 우리가 플루토늄까지 추출한 적이 있다는 정부 발표가 나와 의혹이 일파만파로 증폭되고 있다.
9일 본지 산업부 강효상(姜孝祥) 부장은 당시 우라늄 농축을 허가한 장인순(張仁順·64) 한국원자력연구소장을 대덕 연구소에서 만나 우라늄 농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왜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는지 등 세간의 의혹에 대해 1시간30분 동안 집중 인터뷰했다.
―정말 "무궁화 꽃"을 피우려 한 것입니까. 즉 우리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 것입니까.
장인순 소장: 그런 용어는 불필요하게 외신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지난 2000년 초의 우라늄 농축은 전적으로 원자력 연구원들의 학문적 호기심으로 이뤄진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한 해 수천 kg의 원전연료용 농축 우라늄을 수입하고 있는 국가입니다. 이런 나라의 원자력 과학자가 우라늄 농축 실험을 하고 싶어 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당시 실험은 애당초 원전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가돌리늄을 분리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너무 돈이 많이 들고, 경쟁사인 프랑스 회사도 비경제적이라고 포기하는 마당에 실험을 계속할 수 없어 중단하려던 것이었습니다.
이때 연구원들이 제게 우라늄 농축을 하고 싶다고 해서 제 단독 결정으로 허용한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IAEA의 안전조치 의정서가 핵물질만 보고하기로 돼 있으며, 추가의정서는 연구결과까지 포함시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시 가돌리늄 분리 프로젝트는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입니다.
―외신들은 아직도 의심하는 분위기입니다.
장: 특히 일본 언론이 집요합니다. 제가 일본 기자들에게 "당신네 나라에는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고 플루토늄도 다루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반면 미국의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는 '학문적 목적'이라는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무기를 만들 생각이었다면 왜 레이저농축장비를 해체했겠습니까. 만약 핵무기를 만들 목적이었다면 이미 입증된 기술인 원심분리법이나 기체확산법을 시도했겠지요. 레이저농축법은 아직 실험단계인 기술입니다.
―그러나 당시 연구원들은 이런 파장을 예상하지 못했나요.
장: 연구원들의 과학 실험 요구를 소장으로서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0.2g의 농축 우라늄을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IAEA 규정을 위반했다고 11월에 결정하면 받아들이겠습니다. 아마 제재는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핵사찰이겠지요. 모든 것을 공개할 것입니다. 사실 과학자들은 규정이나 법에 무관심합니다.
―당초 정부는 우라늄 농축이 일회성 실험이었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3번 이뤄졌지 않습니까.
장: 세상에 과학실험을 한 번 만에 성공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또 일회의 실험결과만 가지고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사실 세 번 만에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얻은 연구원들의 능력이 놀라울 뿐입니다. 과학자로 보면 뛰어난 성과인 셈입니다.
―이처럼 중요한 일을 당시 대통령은 알고 있었겠지요.
장: 과기부가 청와대에 보고하기 때문에 제가 과기부에 보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이 알 방법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적 때문에 외신들은 이번 한국 정부의 발표가 3만6000명의 주한미군 감축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장: 4년 전의 우라늄 농축과 올해 일이 무슨 연관이 있겠습니까.
―레이저농축기를 해체한 데 대해 증거인멸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장: 레이저농축기의 상당 부분은 국내에서 개발된 것입니다. 우라늄이 분리되는 자기장 원통은 국내기술로 만든 것입니다. 정말 제대로 하려면 수백 번 반복했겠지요.
―우라늄 농축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은 정말 없나요.
장: 세상이 투명해지고 평화로워지면 당연히 하고 싶습니다. 19기의 원자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에서 우리는 원전연료용 농축우라늄을 전량 수입하고 있습니다. 원전연료용 우라늄을 농축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러나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당시의 핵개발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장: 프랑스에서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을 도입하려 했지요. 그러나 제가 79년 원자력원에 올 당시에도 실험실 탁자가 사과궤짝에 비닐을 덮은 수준이었습니다. 하려 해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국민들 가운데 "우리도 핵을 가지면 안 되나"는 의견도 있습니다.
장: 그런 격려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이 걱정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미국이 한국인을 의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사실 북한이 우리 우라늄 문제에 대해 비난하길 기대했습니다. 안 하면 한통속으로 보지 않겠습니까. 북한이 비난하면 상호 핵사찰하자고 하면 되지요.
―우리나라가 핵개발 능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장: '노(No)'가 정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