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기업의 펀더멘털(기초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합니다. 기업의 CEO(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가 전체 기업 경쟁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 그 기업의 주가는 CEO의 일거수일투족에 요동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연배우 한 사람이 전체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것과 비슷하죠. 주식시장에서는 이를 'CEO효과' 혹은 'CEO주가'라고 부릅니다.
지난주 김정태 행장의 연임불가 가능성이 높다는 뉴스로 인해 국민은행 주가가 이틀 연속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김 행장의 역할이 국민은행 주가에 그만큼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입증한 셈입니다.
김 행장과 국민은행 주가의 깊은 연관성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CEO주가가 화제에 오를 때마다 빠지지 않는 사례입니다.
네덜란드 ING금융그룹이 지난 99년 주택은행(현재 국민은행과 합병)에 3300억원을 투자하면서 '김 행장 임기를 8년 이상 보장하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는 일화(逸話)가 있을 정도입니다.
주택은행 주가는 김 행장 취임 당시인 98년 8월 3000원선에 불과했지만, 1년여 후인 99년 11월에는 10배가 넘는 3만6000원까지 올랐습니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은행장으로 김 행장이 선출됐던 지난 2001년 7월에도 두 은행 주가는 오름세를 보였었습니다.
김 행장 중징계 방침이 알려지면서 은행가뿐 아니라 주식시장도 술렁이고 있습니다. 아직 확정발표가 남아있기는 합니다만, 김 행장 연임이 실제로 무산된다면 주주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민은행을 둘러싼 주식시장의 반응을 지켜보면, 지난 7월 SK텔레콤이 최태원 SK㈜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벤처기업 '와이더댄닷컴' 지분 인수 계획을 밝혔다가 주식시장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장면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별로 유쾌하지 않은 데자뷰(deja vu·처음 보지만 이미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