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장은 이제 확실하게 유럽과 미국이 아니라 아시아에 있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부품회사인 '애질런트 테크놀로지스'사의 손영권(Young K. Sohn) 반도체 부문 사장은 최근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의 하나다. 손 사장이 지난해 애질런트에 입성한 이후 광기술·RF 등 애질런트의 각종 원천기술을 활용해 세계 무선시장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 사장은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열렸던 KIN 2004년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이 계속 성장을 하려면 좋은 엔지니어들을 더 많이 양성해야 하며, 정부는 이와 관련해 획기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IT 중소 벤처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데 대해 "애질런트 안에서 한국인 엔지니어를 찾아보면 손에 꼽을 정도로 숫자가 적다"면서 "기술산업계에서는 우선 엔지니어 숫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애질런트 내부에서 연구개발(R&D)을 아웃소싱하기 위해 한국·인도·중국 등 여러 후보국가를 조사한 결과, 인도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았던 사례를 소개했다. 인도의 경우 우선 국내 정치가 매우 안정돼 있고, 값싸고 풍부한 경험을 지닌 엔지니어들이 잘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 후보 엔지니어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 자격요건에 근접한 엔니지어도 상대적으로 인도 엔지니어에 비해 인건비가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손 사장은 글로벌 기업의 연구개발센터를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서는 기존 기업의 인수를 쉽게 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루가 급한 글로벌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을 선발해 교육을 시키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므로 기존 중소규모 회사를 인수해 연구개발중심 회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한국이 소프트웨어 등 IT의 여러 분야에서 약점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바일과 아날로그 분야에서 인도와 중국에 비해 깊이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손 사장은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생산에서 쌓은 노하우는 인도와 중국이 쉽게 쫓아올 수 없는 경쟁력"이라면서 "한국의 장점을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샌타클래라(미국)=우병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