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4월까지 금 수입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4% 급증했다. 사진은 인천공항세관에서 밀수로 적발된 금괴들.

금(金) 수입이 급증하고, 채권 값이 연일 오름세를 타는 등 투자자들의 안전(安全) 자산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자들이 주식과 같은 위험 자산 투자를 꺼리는 탓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중 금 수입액은 6억1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5% 늘고, 올 들어 4월까지 금 수입액도 21억9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4% 급증했다.

LG상사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 7월부터 금 거래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해 밀수 형태로 반입되던 금 거래가 양성화된 덕이 크지만, 마땅한 투자 수단이 없는 가운데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부분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에 투자하는 은행 상품 등이 출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신한은행이 작년 11월 출시한 골드뱅킹의 경우 올 들어 금 예금은 80억원어치, 금 실물은 162㎏이 팔렸다.

또 채권 시장에도 돈이 몰리면서 채권 값이 오름세(채권 금리는 하락)를 타고 있다.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1일 0.04%포인트 올라 연 4.28%를 기록하긴 했지만, 최근 7거래일간 0.15%포인트 내렸고, 1월 초의 정점에 비해서는 0.69%포인트 내렸다.

랜드마크투신 김일구 이사는 "최근 경기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변동성이 심한 주식보다는 안정적인 채권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면서 "지난 2000년 이후 매년 연간 20조~40조원의 잉여 자금이 자본시장 주변에서 대기하고 있어 채권에 대한 수요는 넘쳐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8일에는 한국은행이 2년 만기 통화안정채권(통화량 조절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 2조5000억원의 입찰을 실시하자, 무려 7조1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국민연금·보험사 등에선 월 7조~8조원의 장기 투자성 자금이 채권이 매물로 나오기를 대기하고 있으나, 국고채 공급은 4~5월 들어 1~3월의 절반 가까이 줄면서 채권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안전 자산 선호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모건스탠리증권은 지난달 24일 한 보고서에서 "요즘 세계 금융시장은 중국 긴축, 유가 불안, 인플레 등의 쇼크가 잠복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 같은 혼란 상황에서는 달러화보다 금이 가장 확실한 안전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국제 금 선물 시세는 지난 4월 초 온스당 430달러를 넘어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뒤 5월 10일 371달러까지 내렸으나, 이후 달러가 약세를 보이자 5월 31일에는 다시 395달러까지 올랐다.

다만 미국에서는 금리 인상 우려감으로 채권 값이 약세(채권 금리 상승)를 보이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채권 값이 강세를 보여 대조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