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내수경기 부진 여파로 중소기업 자금난이 날로 심화되는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중소기업 대출이 160조원에 달해 '중소기업발(發) 금융대란'이 우려된다.
최근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 은행들에 중소기업 대출은 가급적 만기를 연장해주도록 지도하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계 현장에서는 "만기 연장은 고사하고 (은행들이) 더욱 돈줄을 조이고 있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기윤 상무는 "올해 들어 원자재 가격이 평균 28% 올라 중소기업 자금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대출 조건을 지나치게 강화해 자금사정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전체 중소기업 대출 중 68%인 159조8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집중돼 상당수 기업이 대출금 상환에 애로를 겪을 전망이다.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작년 말 2.1%에서 3월 말 2.8%로 급증하자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A시중은행장은 최근 "올해는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보다 다지는 쪽에 주력할 계획"이라면서 "대대적인 연체율 줄이기 캠페인도 펼 계획"이라고 말했다. 돈줄을 더 조이겠다는 선언이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1월 3조9000억원, 2월 1조8000억원, 3월 6000억원으로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이 2064개 중소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3월 중 중소 제조업 동향' 조사 결과, '전월보다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한 업체 비율이 31.1%를 넘어 3개월째 30%를 웃돌았다. 또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15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월 중 생산설비 평균 가동률이 68.8%에 그쳤다.
B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중소기업 중에서도 음식·숙박·부동산업 등 소호기업(소규모 자영업체)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새로운 대출처 발굴 차원에서 음식·숙박·부동산 업종에 대한 대출을 2002년부터 경쟁적으로 크게 늘렸었다. 그러나 대표적 내수업종인 이들 업종은 내수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3일 시중은행 중소기업 담당 임원 회의를 갖고 "사업성이 있는 중소기업들이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부도 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만기를 장기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경기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만기 연장 등 대책은) 중소기업의 고통만 연장하고 악영향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